어디서 NFT 되어 다시 만나랴…'시즌 2' 불댕긴 NFT 미술시장 [아트&머니]

주먹구구 디지털파일 제작 시즌 1 지나
시스템 갖춘 대형화랑 진출로 지형변화
갤러리현대 김환기·이중섭 작품 NFT로
3D모델링으로 이건용 작가 아바타 제작
가상공간서 신체드로잉 작품 NFT 발행
  • 등록 2022-02-14 오전 3:30:00

    수정 2022-02-14 오전 8:28:17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가 NFT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디지털아트를 NFT로 발행·거래하고 온라인 플랫폼 에트나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트를 설립한 도 대표가 지난 9일 NFT 사업 첫 공개에 나섰다. 뒤로 에이트에서 NFT로 제작할 김환기의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16-Ⅳ-70 #166, 232×172㎝)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순수예술에선 NFT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도권의 미술품을 어떻게 메타버스로 옮길 수 있을 건가를 2년 가까이 연구했다.”

NFT(대체불가능토큰) 미술시장에 대규모 지형변화가 예고됐다. 국내 3대 화랑으로 꼽히는 갤러리현대의 도형태(53) 대표가 NFT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거다. NFT만을 전담할 회사도 설립했다. 에이트(AIT)다. 디지털아트 NFT를 발행하고 거래하며, NFT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그 핵심 공간이 될 온라인 플랫폼 ‘에트나’(ETNAH)는 5월쯤 공개하겠다고 했다. 3개월여 베타버전으로 시범운영을 한 뒤 8월 정식버전을 내놓겠단 계획이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에이트 사옥에서 이른바 ‘NFT 사업 첫 공개’에 나선 도 대표는 “목적은 메타버스”라며 “에트나 플랫폼이 현실세계와 디지털세계를 연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세계의 순수예술을 가상·디지털세계에서도 전시하고 관람하고 작가의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큐레이터한 NFT’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이로써 NFT 미술시장은 ‘시즌 2’에 불을 댕기게 됐다. 지난해 작가·화랑이 한때의 관심으로 NFT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던 ‘시즌 1’을 지나, 국내 미술계를 선도하는 대형화랑이 시스템을 무기로 NFT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면을 ‘시즌 2’로 바꿨다는 얘기다. 도 대표가 던진, 갤러리현대를 낀 이번 시도 덕에 미술계에서 NFT는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모양이다.

이중섭의 ‘황소’(1953∼1954, 29×41.5㎝). 에이트가 NFT로 제작할 작품이다. 붉은 배경을 뒤로 하고 울부짖는, 이중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황소’ 그림 세 점 중 한 점이다(사진=에이트).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베이스로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한 형태. 영상·그림·게임·음악 등의 콘텐츠를 복제가 불가능한 디지털 원작으로 제작한다. 사실 여전히 회화·조각 등 가장 아날로그적인 실물이 오가는 화랑계에서 NFT는 그다지 환영할 수 없는 실체로 여겨져 왔던 터. 일단 디지털화한 이미지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도가 탐탁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껏 미술계가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안고 가야 하는 형태인 것도 못내 불편했다. 섣불리 덤빌 수 없는 벽처럼도 느껴졌던 거다.

실제로 도 대표가 세운 에이트 역시 화랑이 나홀로 구축한 독자적인 형태는 아니다. 알타바그룹의 구준회 대표와 함께 설립한 회사다. 가상현실, 3D모델링 등과 관련해 세계적인 인지도와 기술력, 글로벌 아트마켓의 실행력을 갖춘 구 대표가 ‘디지털’을 책임진다는 거다. 한마디로 갤러리현대의 콘텐츠와 알타바의 기술·마케팅이 결합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작가 이건용이 NFT로 제작할 디지털아트를 위한 3D 모델링 촬영 중이다. 이 작업을 통해 작가의 아바타가 탄생했다(사진=에이트).


단순한 디지털스캔 NFT, 그 이상의 ‘아바타’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건가. 에이트가 디지털아트 NFT 발행의 최전선에 내건 ‘무엇을’에 해당하는 첫 작가는 김환기(1913∼1974)와 이중섭(1916∼1956), 이건용(80).

김환기의 전면점화를 대표하는 1970년 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6-Ⅳ-70 #166, 코튼에 유채, 232×172㎝)가 1순위로 꼽혔다. 각별하던 시인 김광섭의 ‘가짜 부고’를 미국에서 듣고 애도하는 마음에 캔버스 가득 푸른 점을 채워 만든 작품이다. 에이트는 이 걸작을 환기재단과 협업해 NFT로 제작한다고 했다. 이중섭의 ‘황소’(1953∼1954, 종이에 유채, 29×41.5㎝)도 이름을 올렸다. 붉은 배경을 뒤로 하고 울부짖는, 이중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황소’ 그림 세 점 중 한 점이다.

김환기와 이중섭의 작품이 NFT화하는 건 사실상 최초다. 지난해 한 업체가 유족·재단 측과 협의 없이 김환기·이중섭·박수근의 작품을 NFT화해 경매에 올리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까지 한 뒤 접은 적은 있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작가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 76-3’. 작가의 아바타가 신체 드로잉으로 제작했다. 이른바 ‘하트 그림’이라고 알려진 작품이다(사진=에이트).


원로작가 이건용(80)이 평생 몸과 붓으로 이뤄낸 ‘바디스케이프’도 NFT 대기 중이다.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인 이건용 작가는 1976년 ‘내 몸을 이용해 그린 그림’이란 신체 드로잉 ‘바디스케이프’ 연작을 발표하고 9가지 그리기 방법에 따라 ‘76-1’부터 ‘76-9’까지 번호를 붙이며 지금껏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NFT 제작에 나설 ‘바디스케이프’는 76-3. 이른바 ‘하트 그림’이라고 알려진 작품이다.

‘어떻게’도 단순치 않다. 원작을 디지털 스캔하거나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만들던 기존 ‘NFT 미술품’과는 완전히 다른 버전이 될 거란다. 슬쩍 공개한 내용 중엔 ‘이건용 아바타’가 등장했다. 가령 이건용 작가의 NFT를 구매하면 작가의 아바타가 나타나 신체 드로잉을 시작하고 그 결과물인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건데. 유저는 캔버스에 올릴 색을 고를 수 있고, 아바타가 그 색으로만 붓질을 하기 때문에 이미 유저 각자가 원하는 차별화한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들 작가 외에도 곽인식(1919∼1988), 이승택(90), 강익중(62), 김민정(60), 문경원&전준호(53), 이슬기(50), 이명호(47), 라이어 갠더(46), 이반 나바로(50)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간 갤러리현대와 여러 차례 전시 등으로 관계를 맺어온 작가들이다.

지난 9일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가 설립한 에이트가 ‘NFT 사업 첫 공개’하는 자리에 나선 작가 이건용. 뒤로 NFT 작품 제작을 위해 3D 모델링을 통해 만들어낸 작가의 아바타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NFT 미술품, 이제 안심 투자해도 되나

국민화가 김환기·이중섭을 NFT 미술시장으로 이끌어내면서, 일단 대중의 시선·관심을 환기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표 화랑이 나서 영향력은 물론, 규모와 시스템을 갖춤에 따라 이전 NFT 시장의 주먹구구식 거래형태에선 벗어나겠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저작권 분쟁, 위작 논란 등이 심심찮게 벌어져도, 그동안은 ‘투자자 개인의 주의’만을 당부할 뿐 별 뾰족한 대책이 없었더랬다. 게다가 주요 거래수단인 암호화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를 의식한 듯 도 대표는 “저작권 보호와 영속적인 로열티 지불, 온·오프라인 전시가 에트나 플랫폼의 ‘작가를 위한’ 기본 전제”라며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NFT는 유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뒀다. 여기에 “멀티체인 거래를 지원할 것”이라며 암호화폐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고전적 컬렉터 등의 NFT 구매에 신용카드 결제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에이트에서 제작할 NFT 디지털아트 작품의 가격 등, 비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는 않은 상태다. 어찌 됐든 관건은 역시 대중을 얼마나 사로잡을 만한 작품을 어떤 가격에 내놓느냐에 달렸을 터. NFT란 장치로 작가와 작품을 국내외에 더 알리고 소통하겠다는 창업자의 의지와는 달리 대중의 동기부여는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프라의 감동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특별한 형태를 내밀어야 기꺼이 디지털아트를 소장하겠다고 나설 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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