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부친묘' 도굴..재벌 노잣돈 노린 패륜범[그해 오늘]

1999년 3월10일 굳은 표정으로 귀국한 신격호 롯데회장
"보물묻힌 줄 알았다"는 도굴범, 유골 가져가고 "8억원 달라"
이후에도 한화·태광家 도굴..수감되고 극단적 선택 생마감
  • 등록 2023-03-10 오전 12:03:00

    수정 2023-03-10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99년 3월10일. 일본에서 귀국하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튿날 있을 부친상을 치르고자 모든 일정을 조정하고 급거 귀국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신 회장의 부친은 이미 1973년에 작고했다. 부친의 장례식을 또 치른다니 무슨 영문일까.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부친 묘를 도굴한 정모씨와 임모씨가 1999년 3월9일 현장검증하는 모습.(사진=한국방송)
신 회장이 귀국하기 엿새 전인, 4일 아침. 신 회장 비서실에 정체 모를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회장 부친의 묘를 확인해보라.”

롯데그룹은 신 회장 부친 신진수씨 묘가 있는 고향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으로 인력을 급파했다. 현장의 묘는 파헤쳐 있었고, 신씨의 유골 일부(머리 부분)가 사라진 상태였다. 앞서 전화를 걸어온 남성이 다시 연락을 취해왔다.

“유골을 찾고 싶으면 현금 8억 원을 준비하라.”

도굴범의 소행이었다. 범인은 이튿날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현금 8억 원을 승용차에 실어서 부산 모처로 가져오라고 했다.

극악 패륜 범죄에 롯데 가(家)는 발칵 뒤집혔다. 조상 숭배와 분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한 한국에서 도굴은 반인륜 범죄였다. 우리 형법이 관에서 유골을 훔쳐가면 징역 7년 이하로, 묘를 파헤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 10년 이하로 세게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한국의 유교 의식을 반영한다. 사건이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사정을 전해 들은 여론도 함께 분노했다.

신 회장은 도굴범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범인은 도굴 닷새 만인 8일 붙잡혔다. 범행에 쓰인 승용차를 추적해 30대 남성 임모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체포했다. 수사 결과 임씨는 공범 한 명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공범 30대 정모씨가 같은 날 경찰에 자수했다. 직장에서 만나 가까워진 두 사람은 빚을 자금난을 겪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묘 안에 보석이 있는 줄 알고 파헤쳤습니다.”

처음부터 유골을 훔치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재벌 회장의 부친 묘에 금은보화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걸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묘에서 보물이 나오지 않자 금품을 요구하고자 유골을 가져갔다. 신 회장은 부친의 유골을 수습하고 11일 다시 장례를 치렀다.

정씨는 “롯데에 미안하다”고 했으나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출소한 정씨는 “미안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배덕한 도굴 범행을 반복했다. 출소한 2004년, 김승연 한화 회장의 조부모 묘를 도굴하고 수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출소 직후인 2010년에는 태광그룹 이임용 창업자의 묘를 도굴하고 10억 원을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정씨는 그해 4월 거기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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