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강남·마포..커지는 외국인 월세시장 '웰컴'

국내 거주 외국인 190만명 성큼…10년 새 3.5배↑
이태원·한남동 빌라서 공덕·아현동 아파트로
북미·유럽인은 중대형 일본인은 중소형 선호
  • 등록 2016-03-16 오전 5:00:00

    수정 2016-03-16 오전 11:44:29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남편 직장과 가깝고 교통도 좋아서 이 집이 마음에 드네요”.(I love this place due to workplace is pretty close and traffic is cool.)

지난 14일 오후 1시 10분께 서울 용산구 용산동5가 ‘용산 파크타워’ 주상복합아파트(전용면적 99.4~309.9㎡ 888가구) 앞에서 만난 제니퍼(여·34)씨는 외국기업 한국 지사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한국으로 온 외국인이다. 일주일 동안 호텔에 묵던 그는 한국에서의 보금자리를 알아보는 첫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용산 파크타워 전용 154.47㎡ 매물을 둘러본 제니퍼씨는 “탁 트인 고층 전경이 마음에 든다”며 “주변에 외국인이 많이 산다고 들어서 아이(6세 아들)의 학교 정보를 얻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이곳에 사는 이웃 외국인 주민을 만나 교통 여건과 학교 정보 등을 물었다. 인근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 단지 전용 154.47㎡짜리 아파트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500만원 수준”이라며 “이곳 전체 가구의 40%는 외국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이 갈수록 늘면서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 고급 빌라에만 머물던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강남·마포지역 아파트와 주상복합단지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어서다. 이들은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월세 2년치를 한꺼번에 내는데다 전입신고나 소득 공제를 신청하는 경우도 드물다. 더욱이 국내 세입자들이 꺼려하는 중대형 주택형을 선호해 임대인들이 ‘꼭 잡아야 할 세입자’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겨냥 월세 주택 다양화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187만 9880명(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7만 4603명)보다 5.9%(10만 5277명) 늘었고 2012년 대비 20% 증가했다. 고급 주택의 주요 임대 수요층인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 등 북미·유럽 9개국의 체류자는 2012년 223만 206명에서 올해 247만 7074명으로 24만 6868명 늘었다. 주한 미군과 대사관 직원이 주를 이뤘던 직업군도 외국기업 임직원과 사업가 등으로 다양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과거 이태원·한남동의 빌라·단독주택에만 머물던 주한 외국인들의 주거 형태도 한층 폭넓어지고 있다. 주한 미군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용산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 및 마포 일대(공덕·서교·아현동) 아파트와 주상복합단지로까지 수요가 늘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 자이공인 관계자는 “연희동과 상암동에 있는 외국인 학교와 가까운데다 한강 조망을 갖춘 초고층 복합단지인 메세나폴리스(전용 122~244㎡ 617가구)에서 월세로 살려는 외국인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월세 2년치 한꺼번에 선납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사업은 보증금 없이 2년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이른바 ‘깔세’로 집세를 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임대인(집주인)은 목돈을 한번에 챙길 수 있다. 예컨대 용산 시티파크 전용면적 114.17㎡(월세 370만원)은 층과 향에 따라 연평균 3.6~4%의 임대수익률을 낸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용산동 A공인 대표는 “외국인 세입자는 회사 규모와 직급에 따라 월세 규모가 월 300만~1000만원으로 다양하다”며 “북미나 유럽 세입자들은 초고층 중대형을 선호하고, 일본인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 아파트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세입자가 임대차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 비율이 해마다 늘면서 최근 들어 서울 강남·마포지역 아파트·주상복합단지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외국인 제니퍼(왼쪽에서 두번째)씨가 용산구 용산동 5가 ‘용산 파크타워’ 앞에서 입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사생활을 보장받기 원하는 외국계 대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초고가 빌라 월셋집도 인기다. 서울 한남대교 남단 교차로와 잠원 고가차도 사이에 있는 띠에라 하우스(전용 244.91㎡)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1200만원이다. 한 달에 들어가는 평균 관리비(전기·가스비 포함 200만~300만원)를 합치면 이곳에서 월세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월 1400만~1500만원이다. 2년간 주거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서울시내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3억 6000만원)과 맞먹는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2년 전까지 월세가 1000만원이었지만 2년 새 200만원가량 올랐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주택 매입 없이 임원들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어 고가 월세를 찾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김혜현 센추리21코리아 전략기획실장은 “한번에 고가를 챙길 수 있는 외국인 임대사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 수요가 적지 않다”면서도 “예전엔 외국인 겨냥 월세 주택 공급이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청담동, IT업계가 밀집한 판교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임대 수요나 외국인 학교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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