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대의 컬처키워드] 스카이캐슬, '유사 금수저'만의 해피엔딩

'SKY캐슬' 최종회 놓고 설왕설래
금수저의 개과천선, 누구의 해피엔딩인가
'권선징악'은커녕 '권금징흙' 비꼼도
  • 등록 2019-02-04 오전 12:10:00

    수정 2019-02-08 오전 8:46:11

‘SKY캐슬’ 최종회를 장식한 화해와 미소.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스카이캐슬’ 20회 재촬영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글이다. “혜나만 불쌍한데, 이게 말이 됩니까”라는 게 이 글을 올린 이의 말이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의 마지막회가 해피엔딩인지 언해피엔딩인지 아리송하다. 해피엔딩은 금수저(지금의 금수저와 과거 흙수저였던 ‘유사 금수저’를 포함해서)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내신에 매달리던 예서(김혜윤 분)는 머리에 반짝이는 핀을 꽂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기주도학습을 준비한다. 고액 코디에게 금괴를 갖다 바치고,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절도도 방관하던 한서진(염정아 분)은 딸의 서울대 의대 진학이라는 굴레를 벗고 당장의 삶에 만족한다. 그의 아빠 강준상(정준호 분)은 떼어놓은 병원장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손녀의 잘못도 참지 못하던 할머니마저 이기주의적 일평생 삶을 벗어던졌다. 노승혜(윤세아 분) 차민혁(김병철 분) 부부와 진진희(오나라 분) 우양우(조재윤 분) 부부도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믿어주기로 다짐했다.

살해당한 흙수저 혜나(김보라 분)가 눈에 밟힌다. 혜나의 죽음은, 드라마의 극적인 전개를 위한 ‘맥거핀’으로 활용됐을 뿐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스릴러로 치닫던 드라마가 거대한 파국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던 시청자에게 허탈한 결말이었다. 또 다른 흙수저 출신인 김주영(김서형 분)의 몰락만으로 해결될 위안이 아니었다.

차기준(조병규 분)은 자신의 요약 노트를 오픈하겠다는 강예서(김혜윤 분)에게 “너, 강예서 맞아?”라고 되묻는 JTBC 드라마 ‘SKY캐슬’ 마지막회의 한 장면. 스카이, 그 중 서울대 의대가 지상목표였던 금수저의 개과천선이 해피엔딩인지 언해피엔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SKY캐슬’ 반향의 원인을 분석해봐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하도 얘기를 들어서 한 번 봤다”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에서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카르텔이 얼마나 단단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시청자가 ‘SKY캐슬’에 열망한 건, 금수저가 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민낯처럼 드러낸 설정이 공감됐고 견고한 현실의 교육 시스템이 드라마에서라도 깨지길 바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SKY캐슬’ 결말은 불공정이라는 위험에 직면한 학종 등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SKY캐슬’ 마지막회를 두고 ‘흙수저가 금수저에게 대항하는 마지막 방법, 선거권을 강조한 빅픽쳐’라고 네티즌이 적은 글이 농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SKY캐슬’은 정확히 말하면 ‘유사(類似)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립 구도다. ‘SKY캐슬’은 상위 1%의 이야기일 수는 있으나 ‘진짜’ 금수저의 이야기는 아닐 터이다. ‘유사 금수저’는 흙수저의 삶과 이들의 과거를 폄훼한다. 과거 흙수저였으나 지금 더 나아가면 진짜 금수저가 된다는 욕망에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그래서인지 선짓국을 파는 시장통 가게의 딸로 태어나 신분 세탁하고 강준상과 결혼한 곽미향(염정아 분)이나 공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해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에 이어 세탁소집 아들에서 금수저의 지위에 다다른 차민혁은 흙수저를 멀리하고 심지어 혐오한다. ‘진짜’ 금수저가 이들 ‘유사 금수저’의 욕망과 그 욕망을 위한 악다구니를 본다면 그저 헛웃음을 터뜨릴 블랙 코미디로 보일 터이다.

JTBC 드라마 ‘SKY캐슬’
‘SKY캐슬’의 엔딩은 영화 ‘밀양’을 떠올리게 한다. ‘밀양’을 주인공 신애의 시각으로 쫓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로 이어진다. 단 하나 남은 희망, 그 아들마저 잃어버린 신애가 종교를 접하고 구원받았다는 아들의 살인범을 만났을 때의 심정. 용서는커녕 용서라는 단어조차 겨우 끄집어낸 그에게 ‘셀프 구원’을 받았다는 살인범의 말은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충격이었다. 끝내 주체할 수 없는 오열을 터뜨리는 신애, 그의 아픔을 누가 위로해줄까.

다시 ‘SKY캐슬’로 돌아가 혜나의 시각으로 최종회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유사 금수저’들의 ‘셀프 회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권선징악’은커녕 ‘권금징흙’처럼 보이는 마지막은 누구를 위한 엔딩인가. 방송 초기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SKY캐슬’이 회를 거듭할수록 스릴러에 가깝다는 평을 듣더니, 최종회에서 블랙을 빼고 코미디로 마무리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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