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헌재가 본 '검사의 영장청구권'

헌법재판소, 공수처 합헌 판결
위헌 신청인 "검사의 영장청구권 침해" 주장
헌재 "검찰청법 상 검사 아닌 국가기관인 검사" 판결
  • 등록 2021-01-31 오전 12:03:07

    수정 2021-01-31 오전 12:03:07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이번 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과 운영 근거를 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공수처가 헌법상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한 헌재 판단이 눈길을 끕니다. 헌법이 규정한 영장 신청권자인 검사는 ‘국가기관인 검사’라고 헌재가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

헌법 제12조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법률상 영장 신청의 권한이 검사에게만 있음을 확인하는 규정으로 해석돼 왔습니다.

그러나 신체 제한이 동반되는 구속 등 중요한 사법작용을 법률로 엄격히 제한하기 위한 영장주의의 취지는 신청의 주체를 특정집단에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법관)가 발부한 영장이 그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사법기관도 아닌 검찰이 영장신청 주체로 헌법에 들어간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같은 영장청구 규정은 1948년 제헌헌법과 1954년 형사소송법에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박정희 군사 쿠데타 집권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가 청구 주체로 명시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 규정이 군사정권과 그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며 존재감을 키운 검찰과의 타협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이 규정은 여전히 논란이라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경찰은 이 헌법 규정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형사 수사 과정에서 영장청구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므로 직접 수사를 원하는 경찰로서는 당연한 요구입니다.

“영장 신청권자로서 검사는 국가기관인 검사”

이번 헌재 판결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이같은 영장청구권의 검사 독점 논거를 약화할 수 있는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위헌 신청인은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검사의 영장청구를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헌법이 규정한 영장 신청권자로서 검사는 ‘국가기관인 검사’이지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청 소속으로 검사 직급을 달아야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공수처에서 수사를 맡게 될 ‘공수처 검사’ 중 검사 출신은 그 수가 제한됩니다. 공수처법상 정원은 25명이고 검찰 출신은 전체 절반을 넘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검찰 출신이 아닌 공수처 수사담당자가 반드시 들어가게 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영장청구권에 대한 헌재의 유연한 해석은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의 요구 가운데 하나인 ‘수사 기관의 다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경찰 출신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수사권 독립이 곧 경찰의 수사 전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수사의 주체적 권한을 검찰이 가지고 있는 제도를 혁신해 수사권을 가진 여러 국가 기관에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같은 수사기관의 다변화는 퇴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역시 언급한 내용입니다.

수사 주체의 다변화를 기대하는 측에서 볼 때, 수사의 중요 영역인 영장청구권과 관련한 이번 헌재의 판결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습니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가 여권이 말하는 것처럼 검찰개혁을 위한 한 단계로 유효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출범까지 엄청난 분란과 갈등을 빚은 것도 모자라 수뇌부 임용을 두고 여권 지지층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또 다른 난관이 벌써부터 감지됩니다.

다만 공수처는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음으로써 그 정당성을 일부 확인하게 됐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정치적 의제였던 공수처의 적법성보다, 그 효율성과 올바른 운영에 더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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