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막더라"..교도소 정문 걸어나온 탈옥범[그해 오늘]

2005년 7월11일 전주교도소 정문으로 탈옥한 재소자
직원인 척 철문 통과하고, 면회객에 섞여 정문 빠져나와
"딸 보려고 탈옥"했다 50시간만에 검거..징역 6년 추가 선고
  • 등록 2023-07-11 오전 12:03:00

    수정 2023-07-13 오후 1:46:12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05년 7월11일 오후 2시50분께. 경찰에 탈옥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전주교도소.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인원 점검을 해보니 재소자 한 명이 비었다. 신원을 파악해보니 절도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최병국씨가 사라졌다. 최씨는 어떻게 그리고 왜 탈옥을 한 것일까.

탈주범 수배전단과 검거 당시 최병국씨.(사진=연합뉴스)
전주교도소에서는 그날 오전 11시30분부터 재소자 오전 운동이 시작했다. 운동하던 최씨가 운동장 뒤편 철망을 넘은 건 11시40분께였다. 철망을 넘은 최씨를 가로막은 건 굳게 잠긴 철문이었다. 최씨는 이 문을 열 도리가 없었다. 때마침 교도관이 철문을 열고 나타났다. 최씨는 교도소 직원인 척하면서 철문을 통과했다. 이런 식으로 철문 하나를 더 통과했다. 이제 최씨에게 남은 건 교도소 정문이었다. 그는 이 문을 오가는 면회객 등 민간인 틈에 섞여 지나갔다.

재소자가 교도소 정문을 유유히 걸어서 탈옥한 것이다. 교도소를 빠져나온 최씨는 교도소 앞에 정차한 택시를 타고서 대전 대덕구 신탄진으로 갔다. 택시비가 없던 최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택시가 선 틈을 타서 도망했다. 당시 최씨를 태운 택시기사는 “수의를 입지 않아서 재소자인 줄 몰랐다”고 했다.

실제로 최씨는 철망을 넘자마자 수의를 벗고 준비해둔 청색 츄리닝 바지로 갈아입었다. 며칠 전 교도소에서 훔친 옷이었다. 상의는 아이보리색 반소매였다. 교도소에서 보급받은 옷이었지만 흔한 소재라서 별 의심을 받지 않았다.

최씨가 대전에서 도망하는 와중에 경찰의 포위가 시작됐다. 대전 보문산 기슭에서 노숙한 최씨는 이튿날 새벽 차량을 한 대 훔쳤다. 그리고 다른 차량 두 대에서 훔친 번호판으로 바꿔달았다. 이 차를 몰고 최씨는 강원 춘천으로 향했다. 거기에 살고 있는 부인과 두 딸을 만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도중에 검문을 맞닥뜨린 최씨는 차량을 돌려 다시 대전으로 갔다.

최씨가 붙잡힌 건 13일 오후 2시30분께. 탈옥 50여시간 만이었다. 도주 비용을 마련하려고 대전 대덕구 신대동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차량 번호판이 문제였다. 훔친 차량의 앞뒤에 각각 다른 번호판이 붙은 걸 수상히 여긴 경찰이 잠복하고 있다가 최씨를 체포했다.

붙잡힌 최씨는 “아내와 딸들이 보고 싶어서 탈옥했다”고 했다. 부인은 최씨가 투옥된 이후 면회를 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교도소의 재소자 처우가 열악한 데 대한 불만도 탈옥 동기라고 했다.

교도소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최씨는 탈옥 과정에서 어떤 교도관도 자신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주교도소가 최씨의 부재를 인지한 것은 인원점검 때였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2시간 넘게 걸렸다. 최씨의 친구로부터 “최씨를 대전에서 만났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탈옥을 인지했다. 최씨가 입은 츄리닝 바지는 교도소 반입이 금지돼 있던 것도 문제였다. 이 사건으로 다수 교도관이 해임·정직·감봉 등 징계를 받았다.

최씨는 탈옥과 강도 등 혐의로 기소돼 그해 11월 징역 6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애초 절도죄로 복역했으면 2008년 8월 만기 출소했을 텐데, 여기에 징역 6년을 추가 복역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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