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학 구조조정]“지방대·전문대에 쓰나미 덮칠 것"

대학들 채우지 못한 입학정원 96% 지방대학에 집중
“시장에 구조조정 맡기면 지방대·전문대 문 닫을 것”
대학 구조개혁 법안 통과·평가 공정성 확보가 숙제
  • 등록 2014-07-02 오전 5:00:00

    수정 2014-07-02 오전 11:11:28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될 때처럼 커다란 부작용이 대학에서 일어날 것이다.”

2012년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장관이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한 말이다. 경제학자인 이 전 장관은 대입 학령인구 감소를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유했다. 우리나라 대학이 양적 팽창만 거듭해오면서 스스로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담겼다.

학령인구 급감… 대규모 ‘충원 대란’ 불가피

올해 대입 정원 56만명이 계속 유지될 경우 국내 대학들은 대규모 ‘충원 대란’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3년 뒤인 2018학년도 입시부터 대입 정원이 고졸자 수를 초과하는 대입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교육부가 예측한 향후 대학들의 미충원 규모는 △2017년 3만8300명 △2020년 8만8200명 △2023년 16만800명이다. 향후 9년간 대입 정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 나온 이유다.

일부에서는 대학 구조개혁을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개입할 필요 없이 이를 교육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고, 선택을 받지 못한 대학들은 문을 닫게 하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럴 경우 지방대와 전문대학이 맞게 될 학령인구 감소의 파고는 ‘쓰나미’ 수준이 될 것이란 게 교육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13학년 대입에서 국내 대학의 미충원 인원의 96%가 지방대와 지방 전문대학에서 발생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은 ‘고등교육 수요 변화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8년부터 수도권과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대학 학생 충원율이 100%를 밑돌 전망이다.

박춘란 교육부 대학정책관(국장)은 “우리나라 대입시장은 시장 논리에 따른 교육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불가능하다”며 “지방대는 수업의 질을 떠나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 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현상이 지속될 경우 지방대와 전문대학이 먼저 문을 닫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문민정부 이후 94개 대학 우후죽순

정원 감축을 추진하기 전에 부실대학을 먼저 정리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이하 준칙주의) 도입 이후 지금까지 무려 94개 대학이 신설되면서 부실대학이 양산된 만큼 이번 기회에 부실대학부터 정리하자는 논리다. 준칙주의는 교원·교지·교사·수익용 재산 등 4대 요건만 충족하면 대학 설립을 허용한 제도다.

문제는 정원 감축과 대학 퇴출을 강제할 법안 통과 여부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학 구조개혁법)’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안을 뒷받침하는 법안이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대학평가위원회’를 설치해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에 정원 감축을 강제할 수 있게 한 게 골자다. 하지만 부실대학의 설립자가 대학을 정리하고자 할 때 법인 재산의 일부를 되돌려받을 수 있게 한 내용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져야할 사립대 경영자나 설립자에게 학교법인 재산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한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고될 교직원 고용 승계 대책도 문제

대학들이 문을 닫으면서 해고될 교수·직원도 문제다. 대학들은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4년제 대학의 교수 6만명 중 2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은 대학 구조개혁법에 정부의 재정 지원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자리를 잃은 교직원에 대한 고용승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 지역 격차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대학 구조개혁 방안의 골자는 향후 모든 대학을 공정하게 평가해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대학들은 이런 교육부의 방침을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대학 구조조정 관련 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의 상당수가 지방대학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원 감축을 위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공정성 확보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학생 충원과 취업률에서 불리한 지방대들은 수도권 대학과 별도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기 때문에 지역별로 평가 기준을 나누는 게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각 대학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정성평가에서 반영, 형평성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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