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마켓컬리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미 증시에 입성한 쿠팡의 선례를 잇겠다는 전략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마켓컬리가 미 자본시장에서 고전할 경우 뉴욕행을 노리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면서 마켓컬리의 성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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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쿠팡 상장 직후인 지난 3월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미국과 한국 중 어느 곳에 상장한다 못 박지 않았지만 미국 상장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업계에서는 마켓컬리가 쿠팡 상장에 적잖은 자극을 받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쿠팡처럼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도 흡족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 고무됐다는 분석이다.
마켓컬리는 상장을 선언한 이후 전국 배송 서비스 시행과 간편 결제 서비스 확장, 본사 이전, 추가 투자유치 등의 단계를 밟아나가며 상장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가전제품을 비롯한 리빙, 뷰티 등 상품 800여개를 대상으로 최대 30%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브랜드위크 행사까지 시작했다. ‘상품 다양화’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기저에는 외연 확장에 따른 밸류에이션 향상을 이끌어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추정하는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이다. 이달 초 2000억원 가까운 추가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몸값을 더 끌어올린 결과다. 그러나 이 정도 밸류에이션으로 관심을 끌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만 시가총액이 70조 가까이 나오다 보니 미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규모였다”며 “(마켓컬리는) 현재 추정하는 수준에 상장하더라도 3000개 훌쩍 넘는 미국 나스닥 기업 가운데서도 스몰캡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컬리 상장 성패…후속 기업들에도 영향”
미국 자본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킬링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평도 나온다. 쿠팡의 경우 글로벌 3위 이커머스 국가인 대한민국에 구축한 ‘로켓배송’이라는 풀필먼트(주문·입고·보관·배송 과정을 통합하는 것) 시스템을 앞세운 카테고리 확장을 집요하게 어필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기업에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혁신적인 사업자’ 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미 상장 얘기가 나오는 야놀자나 네이버웹툰의 경우 해당 질문에서 흥미를 이끌어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이커머스 업계 최대 ‘전장’(戰場)으로 꼽히는 식료품이 주된 사업 분야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그룹 이마트(139480)를 비롯해 쿠팡과 현대백화점, 롯데, 홈플러스 등과 피 튀기는 경쟁을 치르고 있다.
또 다른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아시스’의 급부상도 무시할 수 없다. ‘합리적인 가격정책’ 덕에 맘 카페 입소문을 타면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마켓컬리의 시장 내 입지가 주도적이라거나 앞서 간다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켓컬리의 성패에 따라 후속 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망 기업들의 미 증시를 추천하거나 유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며 “상장 이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그런 분위기가 한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