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의 '가정·전제'의 화법, 왜 그런가 봤더니…"다 계획이 있었구나"

잭슨홀서 신흥국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 활용법으로 발표
7·8월 기자회견서 '불확실성'만 40번 말하더니
"신흥국 중앙은행이여, 불확실할 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라"
  • 등록 2022-08-28 오전 3:00:00

    수정 2022-08-28 오전 9:29:4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금통위원들은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후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안내)를 어떻게 줄지 고민에 빠졌다. 빅스텝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가 더 중요했다. 고민 끝에 이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가정과 전제를 단 포워드 가이던스를 줬다. 8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총재는 7, 8월 ‘불확실성’만 40번 언급했다. 8월엔 3개월씩만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겠다며 내년은 어떻게 될지 연말에나 논의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시장이 원하는 최소한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The Outlook for Policy Post-Pandemic 세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시나리오 기반 포워드 가이던스’를 신흥국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으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이라는 논문을 통해 “신흥국들은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논문은 이 총재가 더글러스 랙스턴 박사와 함께 작성한 것이다.

신흥국이나 소규모 개방 경제에선 대외 불확실성이 주는 영향이 큰 만큼 과거 미국 등 선진국처럼 ‘2015년 중반까지는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거나 ‘실업률 6.5% 이상으로 유지하는 한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식의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특정시기나 임계치에 기반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의미한다.

이 총재는 “신흥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큰데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는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내뱉은 말에 대해 빠져 나갈 구멍이 없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복수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 즉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는 거시경제 전망치와 함께 중앙은행 목표에 부합하는 내생적 금리 경로를 제시하는 개념이다.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처럼 명확하게 특정 지표나 시기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 총재에 따르면 작년 여름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인지 아니면 단기에 그칠지 매우 불확실성이 높았는데 이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저물가에서 고물가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정책 대응을 유연하게 가져갔을 것이란 평가다. 즉,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강력한 금리 인상을 하고 인플레 압력이 일시적이라면 통화 정책을 완화적으로 가져가겠다고 정책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고인플레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포워드 가이던스 자체를 중단했고 블룸버그에선 ‘포워드 가이던스의 죽음’이란 단어까지 사용했지만 여전히 포워드 가이던스는 유효하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미국, 중국 등 대외 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데다 고령화가 심각해 구조적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에선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들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시나리오를 전제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는 평가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이아랑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시나리오 전제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중앙은행에 정책 유연성을 확보해줄 뿐 아니라 정책 전환에 따른 시장 충격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실제로 8월 기자회견에서도 “내년 물가가 예상 이상으로 더 크게 지속되면 인상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 반면에 예상보다 경기가 훨씬 나쁘면 당연히 물가도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다른 새로운 기조가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8월 기자회견에선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내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채권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넘게 급등하는 등 시장 충격이 커진 바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 스냅타임
    2024년 05월 22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2024년 05월 21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2024년 05월 20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05월 17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05월 16일 오늘의 운세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채수빈 '물 오른 미모'
  • 칸의 여신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