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하면 죽어"…40대 스토커 잔혹 살해한 20대女[그해 오늘]

23세女 향한 43세男의 6개월간 지속 스토킹
여성, 조현병 심화…남성 집으로 불러 살해
징역 10년 확정…유족, 항소심서 여성 용서
  • 등록 2023-01-18 오전 12:02:30

    수정 2023-01-18 오전 12:02:3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1월 18일, 경남 김해에 거주하던 당시 23세의 여성 A씨가 창원지방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구속됐다. A씨의 혐의는 살인이었다.

A씨로부터 살해 당한 피해자는 당시 43세 남성 B씨였다. B씨는 3일 전 A씨 집에서 빨랫줄에 묶인채 스무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된 상태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B씨가 일방적으로 교제를 요구하며 괴롭혀왔고, 이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범행 수법이 워낙 충격적이었기에 ‘김해 스토커 살인’으로 떠들썩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이들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2016년 1월 19일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 살인범인 20대 여성 A씨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SBS ‘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갈무리)
B씨는 2015년 중순 한 봉사활동 모임에서 A씨 부모를 만났고, A씨 부모가 운영하던 가게를 자주 찾으며 자연스럽게 A씨와도 인사를 나누게 됐다. B씨가 가게를 자주 찾으며 A씨와도 조금씩 친해지게 됐고, A씨도 B씨를 ‘삼촌’이라 부르며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고, 서로 전화번호도 주고받았다.

계속된 구애에 “오늘 죽이겠다” 섬뜩 메시지

A씨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은 B씨는 얼마 후부터 A씨에게 일방적 구애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일부 메시지에는 ‘보고싶다’, ‘사랑한다’ 등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A씨가 바쁘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만남을 피했지만 B씨의 구애는 이어졌다.

B씨가 이 같은 구애 메시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딸로부터 들은 A씨 모친은 “딸에게 연락하지 마라”고 B씨에게 수차례 요청했다. 심지어 화를 내면서까지 경고했지만 B씨는 이를 무시했다.

일방적 구애를 시작한 지 3개월가량 지난 2015년 10월 중순, 술에 취한 B씨가 A씨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며 만남을 요구했다.

혼자 집에서 두려움에 떨던 A씨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씨는 A씨 집 출입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A씨는 피해자 조사에서 “계속 연락이 오는데다, 집까지 찾아오니 무섭다”고 진술했다.

A씨 부모는 신고를 취하하지 않으면 딸이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찰에 얘기했고, 결국 B씨는 귀가조치됐다.

B씨의 일방적 구애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고 A씨의 불안증도 심해졌다. 조현병을 앓고 있던 A씨는 약물 부작용으로 그해 12월부터 증상이 심해졌다. 특히 사소한 외부 자극에도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6년 1월 15일 오후, B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A씨가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A씨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B씨에게 “니 우리집 올래? 오늘 니 죽여불라고”라는 내용과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사건 당일 20대 여성 A씨가 40대 남성 B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SBS ‘궁금한이야기Y’ 방송화면 갈무리)
메시지를 받은 B씨는 몇 시간 후인 그날 오후 6시40분께 실제로 A씨 혼자 머물던 집을 찾았다. B씨가 출입문 앞에서 만남을 요구하며 집에 들여보내줄 것을 요구하자 A씨는 “줄로 손을 묶어야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제안했고, B씨도 응했다.

法 “엄벌 불가피하지만 정신건강 상태 고려”

A씨는 이후 집안에 있던 빨랫줄을 들고 나와 복도에서 B씨의 두 손을 등 뒤로 묶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도록 한 후 추가로 온 몸을 강하게 결박하고 눈과 입도 가렸다.

그리고 집안에 있던 흉기로 B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흉기에 찔린 B씨가 황급히 달아나려 시도했지만 A씨는 뒤쫓아가 범행을 계속했고, B씨는 그자리에서 숨졌다.

A씨는 범행 이후에도 태연했다. 그는 범행 직후 집을 나와 자수를 하겠다며 인근 치안센터로 이동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곧바로 112에 신고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A씨와 A씨 가족은 “스토킹에 시달리다 저지른 범행”이라는 반면, B씨 유족은 “보낸 문자메시지가 겨우 17통이고 전화도 몇번 안했다. 이 정도가 어떻게 스토킹인가”라고 반박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 전원이 유죄로 평결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명이 징역 16년 의견을 냈고, 가장 낮은 양형 의견을 낸 경우는 징역 12년이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의 잔혹성과 결과 중대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지만 조현병을 앓던 A씨가 원하지 않는 관심과 애정표현을 받고 조현병이 발현돼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B씨 유족은 항소심에서 A씨에 대한 용서의 뜻을 법원에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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