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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추석 이튿날이던 2014년 9월 9일이었다. A씨는 아내 B(사망 당시 70세)씨가 약을 먹고 잠이 들자 자택 공구함에서 둔기를 꺼내 침대 옆으로 갔다.
이내 그는 둔기로 B씨의 머리를 내리쳤고 “왜 이런 허튼짓을 하느냐”는 아내의 제지에도 범행을 이어갔다. 오히려 그는 “우리 함께 가자. 더 있어봐야 애들한테 부담만 간다”며 아내를 살해한 뒤 자신의 머리 또한 둔기로 가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아내의 병세가 나빠져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조사 결과 사건 발생 전부터 B씨를 간호했던 A씨는 본인 또한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자녀들과 상의해 아내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B씨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해 집에서 간병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내를 간병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지만 홀로 돌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A씨는 심신이 쇠약해져 극단적 선택에 대한 충동을 느끼고 아내를 살해하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法 “병수발 지쳤다는 이유만으로 살해한 것 아냐”
재판에 넘겨진 A씨는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 살 명분이 없다”면서도 범행 당시에는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에게 정신질환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행 당시 그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하기에 미약한 상태였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A씨 측과 검찰은 쌍방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판단한 뒤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병세가 심각해지고 피고인 자신의 건강도 악화되기에 이르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녀들 또한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죽음으로 이미 큰 괴로움을 겪고 있으며 남은 생을 죄책감과 회한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후 A씨 측이 상고하지 않으며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