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뚫겠다"‥삼성, 日시장 본격 진출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9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삼성전자가 일본 현지 유통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유통망을 확보해 '철옹성' 같은 일본 내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8일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일본 현지 유통회사 인수를 위해 현지에서 매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성이 일본 현지의 유통업체 인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유통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제조에서부터 최종 유통망까지 일괄체제로 구축하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또 독립적인 유통망도 기존 사업자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적 성향이 뚜렷하다.

이런 일본 특유의 사업조건에서 외국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본 시장은 '외산 업체의 무덤'으로 통한다. 지난 2008년 당시 세계 1위 휴대폰업체인 노키아가 일본 시장 포기를 선언하고 일본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는 아무리 품질이 좋은 외국 브랜드라도 현지 유통망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면서 "삼성이 아예 유통망 인수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유통망이 없던 삼성은 그간 일본 시장의 진입 자체를 꺼려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일본 TV 시장에 진출했다가 쓴맛을 보고 2007년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디지털카메라와 PC 등의 품목도 일본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005930)는 일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이 통합법인으로 운영되던 일본삼성을 해체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삼성은 오는 5월 각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삼성전자의 일본 조직은 '세트(SEJ)'와 '부품(SJC)'으로 분리해 운영키로 했다.

그간 일본삼성은 일본의 동향 파악과 부품사업이 중심이었지만, TV 등 세트 사업이 본격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품과 세트가 한 조직에 묶여 있으면, 일본 내 부품 거래처에서 "거래 정보가 경쟁제품인 삼성 완제품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완제품 시장에 진출하려면 부품과 세트 조직을 분리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본사 역시 애플 등 해외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 세트(최지성 부회장)와 부품(권오현 부회장) 체제로 이원화한 바 있다.

이제는 일본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일본 휴대폰 시장은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이 90%가 넘었지만, 지난해 출시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가 일본 시장에서 한 때 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 일본 현지 전자업체들의 계속된 사업 부진으로 감산과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삼성 입장에서도 이제 일본 시장에서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현재 일본 유통망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 시장의 경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시장 규모가 6~7배가량 큰 중요한 시장"이라면서도 "하지만 워낙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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