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란행위 혐의로 체포됐던 제주지검장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조사를 받고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12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제주시 중앙로의 한 음식점 앞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여고생의 112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다는 것이다. 자기과시형 정신병자에게서나 나타날 수 있는 돌발 행동이기에 납득하기조차 어렵지만, 검찰 조직 전체의 체면과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도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경찰 차원의 사실확인 절차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에 혐의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김 지검장 본인도 “단순히 산책을 하다가 봉변을 당해 황당하고 어이없다”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음 날 다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도 “아마 옷차림이 비슷했기에 음란행위자를 자신으로 오인했을 것”이라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돌아가는 정황은 의혹투성이다.

그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으면서 신분을 감추고 동생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부터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경찰서 유치장에서 10시간 동안 보호를 받다가 풀려났다고 하는데, 그가 정말로 아무런 혐의가 없었더라도 유치장에서 고분고분 10시간 동안이나 있었을까 의문이 간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역 검찰의 수장으로서, 그것도 멀쩡한 상태에서 혐의를 뒤집어썼다면 인권침해 수사를 규명하는 차원에서라도 담당 형사는 물론 경찰서 전체가 벌써 혼쭐이 나고도 남았을 일이다.

문제는 김 지검장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져갈 경우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사건이 애매하게 변질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장 주변에서 확보한 CCTV 영상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김 지검장이 “검사장으로서의 신분이 경찰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며 전격 사임의사를 밝혔다가 다시 번복한 경위도 애매하다.

그동안 검찰 고위인사들이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면죄부가 주어지거나 결과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경찰과 검찰의 미묘한 알력으로 번진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런 전례가 반복될 것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경찰 조직으로서는 이번에 새 지휘권자로 내정된 강신명 청장 체제의 정식 출범을 앞두고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