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방사선, 잘 쓰면 유용하다..암 진단·독성물질 분해

강력한 투과력·분해력으로 암 진단 및 치료..보안검색·비파괴 검사 등 쓰여
국내 산업체 영세하고 기술력 낮아.."원자력정책, 방사선분야 육성 필요"
  • 등록 2015-05-06 오전 12:26:24

    수정 2015-05-06 오전 12:26:24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방사선별 투과도.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제공
국내 전력원의 30% 가량을 충당하는 원자력발전은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U235) 핵이 분열할 때 나오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생산을 하는 것이다. 원자력은 발전용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핵 분열 에너지로 전기만 만드는 건 아니다.

이 에너지는 우리에겐 공포의 대상인 방사능이다. 방사능은 에너지 상태 또는 핵자 구성비가 불안정해 핵이 스스로 붕괴하며 입자나 전자기파, 즉 방사선을 내뿜는 현상을 뜻한다.

방사선은 강력한 투과력과 분해력(분자 이온화로 화합결합 파괴) 등을 갖고 있어 인체에 노출되면 유전자 변이와 암 등 질환을 일으킬 수 있지만, 정교하게 제어된 환경에서 이용하면 유용하다. 실제 방사성동위원소(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소)와 방사선은 의학용은 물론 보안검색과 환경정화, 유전공학 등 분야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세계 방사선시장 규모는 2011년 172조원에서 2020년 약 464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세계 5위의 원자력발전 강국인 한국이 원자력비발전(방사선 시장) 분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수술 치료’..몸 속 암 찾아내 없앤다

현재 국내 방사선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은 의료분야가 차지한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된 ‘양전자방출 단층촬영기’(PET-CT). PET와 CT를 결합한 이 촬영기기는 몸 속에 양전자 방출 방사성의약품이 투여되면 모든 각도에서 측정되는 방사능 분포를 재구성해 영상화한다. 이 영상에서 암 등을 진단할 수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내부치료법인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하면 뇌와 뼈, 갑상선, 심장 등 특정 장기에 모여 극미량의 방사선을 낸다. 이를 특수카메라로 촬영해 특정 장기에 방사성의약품의 분포 모습을 관찰해 병을 진단하거나 암 전이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여기에는 반감기(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소요시간)가 비교적 짧고 투과성이 강한 감마선이나 양전자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쓰인다. 테크네튬(Tc-99m)이 가장 대표적이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은 질병부위에 이를 투여해 방사선으로 세포 등을 죽인다. 진단용에 비해 반감기가 길고 분해능력이 강한 베타선 방출 동위원소를 사용한다. 요오드-131(I-131)은 베타선과 감마선을 동시에 내는데, 감마선은 감상선 암을 찾고 베타선은 이를 제거한다.

외부치료법은 선형가속기로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생성, 체외에서 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쪼여 없애는 것이다. 황상구 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은 “방사선 치료의 효율을 높이려면 저항성이 높은 유전자를 찾아 제거해야 한다”며 “방사선의학은 유전공학 연구와도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체 내외부에 직접 방사선을 쬐는 만큼 피폭문제는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보안검색에 제격·독성물질도 분해

투과성이 강한 X선은 외부에서 간편·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보안검색을 하는 데 제격이다. X선의 투과정도는 물체의 재질과 두께, 밀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 차이를 통해 물체 내부구조 등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X선·중성자 동시사용 화물검색장치 모식도. 이 검색장치는 일반적인 화물뿐만 아니라 핵물질(우라늄·플루토늄)도 검색할 수 있다. 원자력연 제공
이러한 비파괴 검사는 원자로나 대형 선박 및 항공기 부품 등의 내부 균열이나 결함을 찾는 데 사용된다.

미국 등에선 X선으로 2차원으로 내부구조를 분석하거나 X선 투과영상으로 유무기물을 분석하는 방식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항공물류 보안검색에서 가장 활발히 쓰인다.

방사선은 일반 환경에선 쉽게 분해되지 않는 독성물질도 제거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암을 유발하거나 면역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염소계 유기화합물 폴리염화비페닐(PCB)에 강력한 전자선을 쬐여 구성물질인 염소이온을 분리시키는 기술을 개발, 민간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비발전 ‘18%’..“원자력 정책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방사선 분야를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지만 국내시장은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방사선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방사선산업 규모는 2011년 4조2879억원, 2012년 4조4946억원, 2013년 4조4876억원이다.

총 3만1617개의 기관 중 98%가 10인 이하 소기업이다. 기술력 역시 세계 최고인 미국에 비해 73.4% 수준. 특히 고가의 의료용 방사선기기의 경우 필립스와 지멘스, GE, IBM 등 외산제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산업에서 방사선 분야와 전력생산 비중은 18대 82이다. 미국(75대 25)과 일본(46대 54)에 비하면 비발전 분야의 비중이 매우 낮다.

앞서 2013년 정부는 ‘2017년까지 방사선산업 규모 6조9000억원으로 확대’를 골자로 한 ‘원자력 창조경제 실천계획’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한 방사선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작다보니 우수 인력들이 잘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게 현실”이라며 “발전에 맞춰진 원자력 정책 주안점을 비발전분야로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사선진흥협회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