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장자' '이인자 남편'…99% 뒤흔드는 1% 귀환

거대 흐름 세계 이끌던 메가트렌드 지나
작은 집단 소리없는 행태가 세상을 바꿔
대량생산 포드경제서 맞춤형 스벅경제로
10년 미래 결정할 '50가지 트렌드' 소개
………
마이크로트렌드X
마크 펜, 메러디스 파인만|582쪽|더퀘스트
  • 등록 2018-07-11 오전 12:12:00

    수정 2018-07-11 오전 12:12:00

“주류의 메가트렌드가 세상법칙을 결정하던 시대는 갔다.” 저자 마크 펜과 메러디스 파인만은 수많은 ‘마이크로’를 이해해야 미래사회 변화가 제대로 보인다고 주장한다(이미지=이데일리 디자인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유능한 변호사 A씨는 자주 들르던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던 B씨를 만나 결혼했다. 사업가 C씨는 운영하던 인터넷쇼핑몰이 대박을 터트리자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배우자 D씨에게 살림을 전담하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B씨와 D씨에게 덜컥 다른 연인이 생긴다. A씨와 C씨는 자책한다. 배우자의 외도가 자신들의 일 중독 때문이라고.

옴니버스 드라마 같은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질문쯤은 우스울 거다. ‘앞의 두 사례에서 남편을 골라내시오!’ 답부터 공개하자. 남편은 B씨와 D씨다. 둘 중 앞의 사례는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미란다 집 얘기고, 뒤의 사례는 영화 ‘인턴’에 나오는 줄스 CEO 집 얘기다.

헷갈리는 게 정상이다. 헷갈리게 하는 형편이 많아졌단 방증이기도 하고. 이 정도로 ‘세대차 어쩌구’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남편은 하늘!’까진 아니더라도 분명 ‘일인자’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남편들은 경제력과 정보력을 독점해 가정 내 우월한 지위를 유지했다. 결혼관계가 성립하던 시점부터 그랬다. 남자가 나서 대개는 자신보다 좀 부족한 듯한 여자를 낙점했으니. 그런데 이제는 아닌가 보다. 아내에게 일인자 자리를 내준 ‘이인자 남편’이 속속 등장하는 거다.

다만 조심할 게 있다. ‘이인자’가 ‘무능’인 건 아니란 거다. 역할이 달라졌단 의미니까. ‘이인자 남편’은 아내가 경제의 고삐를 죄는 대신 자신은 전통적 여성의 역할이던 가사와 육아를 챙기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핵심은 ‘이인자 남편’이 몇몇 커플의 유난스러운 제스처가 아니란 데 있다.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니 미국통계를 한번 보자. 아내가 ‘일인자’가 되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아 전업주부를 자처한 남편은 1989년 110만명에서 2012년 220만명으로 2배가 늘었단다. 그중 ‘가족을 챙기기 위해서’란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남편도 4배가 증가해 5%에서 21%다.

그런데 ‘이상한’ 혹은 ‘이상적인’ 가족형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혼족’ ‘개방혼’ ‘성적 양다리’ ‘인터넷 결혼족’ ‘독립부부’ 등 줄줄이다. ‘결혼은 일생에 딱 한 번’이란 정설도 따분한 얘기가 됐다. 두 번도 모자라 ‘삼혼족’도 증가세. 역시 미국통계로, 결혼을 세 번 이상 한 이들의 수는 2015년에 920만명을 넘어섰다. 기혼자 중 29%를 차지하며 오히려 초혼자 24%보다도 높다.

“몇몇의 거대한 힘이 세상 돌아가는 법칙을 결정하던 ‘메가트렌드’의 시대는 갔다.” 책은 이 핵심논제를 토대로 최소 10년 내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50가지 ‘마이크로트렌드’를 꺼내 변화상을 가늠한다. 여론조사·마케팅·광고전략전문가로 40년간 일한 마크 펜이, 홍보회사 파인포인트를 설립·운영하는 메러디스 파인만과 의기투합했다. 저자들이 집중한 건 작지만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특별한 1%의 법칙’. 다시 말해 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집단이 시장을 선점하고, 선거결과를 뒤집고,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등,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장면이 심심찮게 연출된다는 거다.

사실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 전작 ‘마이크로트렌드’(2018)에서 마크 펜이 이미 주목했던 터. 작은 집단의 행위가 그 담을 넘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원리를 설명했더랬다. 이번 책은 ‘그 10년 뒤’ 편 정도가 될까. 그 잣대로 저자들은 다시 10년을 가늠한다. 달라진 점이라면 ‘작은’이 더 파워풀해졌다는 것. 99%를 뒤흔드는 1%가 됐다는 얘기다.

△‘메가→마이크로’? ‘포드 경제→스벅 경제’!

‘메가에서 마이크로로’의 배경에는 전제가 있다. 시스템 전환이다. 경제로 한정하자면 ‘포드 경제’가 ‘스타벅스 경제’에게 자리를 내준 ‘사건’이라고 할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먹고살던 ‘포드 경제’가 맞춤형 생산과 차별형 소비를 먹고 자라는 ‘스타벅스 경제’로의 극적인 탈태가 이뤄졌단 얘기다. 변수는 ‘개인화’였고 관건은 ‘색’이었다. 대량생산체제에서 판박이처럼 찍어내는 자동차는 오로지 검정색뿐이었고, 개인적인 취향을 십분 반영한 소량생산체제에선 온갖 알록달록한 상품이 가능했던 거다.

이후는 ‘선택’의 욕구를 키운 시간이 됐다. 그런데 ‘뜻밖의 현상’이 감지되더란 거다. 선택의 폭을 넓혔더니 넓혔지만 오히려 그 선택이 위축되는 묘한 그림이 그려진 거다. 스타벅스 매장으로 직접 들어가 보자. 매장에는 오늘도 어제는 없던 상품들이 눈을 괴롭힌다. 손님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결정은 간결하다. “아메리카노!”다. 비단 커피뿐이겠나. 방송콘텐츠 취향도 다를 게 없다. TV 리모컨만 누르면 수도 없이 많은 채널이 얼굴을 들이대지만 선택은 늘 어제 그 채널이니까.

“선택의 시대가 도래하자 정작 실험적인 선택을 하지 않더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새로운 걸 찾으려는 시도를 접고 오히려 더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두더지족만 ‘양산’하고 있다고. 선택할 게 많으면 선택이 다양해지리란 마땅한 예측이 완전히 빗겨간 거다. 실제로 한 기업의 검색엔진 세계시장점유율은 98%에 달하기도 한다니 말이다.

‘두더지’ 덕분인가. 예전엔 꿈도 못 꾸던 ‘숫자’를 품은 이들이 생겨났다. ‘천만장자’다. 순자산 1000만달러(약 111억 6000만원)가 요즘 부의 기준이라는데. 주로 금융과 기술, 의료와 제조,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 집중됐단다. 특히 기술. 여기에 적을 둔 사업가들이 기술로써 다른 산업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크게 벌거나 크게 잃는 행태를 반복한다는 거다.

△1%들이 충돌하는 물밑 봐야

기술 분야의 1% 중엔 ‘노PC족’이 눈에 띈다. ‘PC를 안 쓰는 이들’이란 뜻이다. 문명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건가. 아니다. 오히려 PC가 거추장스러워 내다버렸다는 이들이다. PC뿐인가. 노트북도 크고, 태블릿도 무겁단다. 이들이 선택한 건 ‘스마트폰’뿐이다. 비중도 적잖다. 2020년이면 미국인 4160만명이 모바일기기로만 인터넷을 이용할 거라니. 먼 미래 일도 아니다. 이미 지난해 3440만명에 도달했단다.

책은 저자들이 감지한 물밑 기류의 미묘한 움직임을 치밀하게 짚어낸다. 다만 미국사례에 치중하다 보니 진짜 남의 나라 얘기처럼 보이는 한계가 아쉽다고 할까. 하나만 붙들어두면 된다. 거창한 프레임이 짜놓은 그럴듯한 외양에 정신이 팔려 미세하게 번지는 균열을 놓치지 말라는 당부. 혹여 오늘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푸념을 늘어놨나. 수많은 1%가 충돌하는 바닥 전경을 놓쳤으니 당연하다. ‘웰빙중독자’가, ‘드론’이, ‘소셜 백만장자’가, ‘지능형 방송콘텐츠’가, ‘샤이 보수’가, ‘신흥 공장노동자’가 꿈틀댄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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