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들 살해한 40대…형제들은 왜 선처를 탄원했나[그해 오늘]

2012년 남양주 노부부·손자 살인사건…아들이 범인
절망적 상황 이유로 가족 살해…법원도 "납득 안돼"
유족들 "용서할 수 없는 죄지만 용서하겠다" 탄원서
  • 등록 2022-12-16 오전 12:03:00

    수정 2022-12-16 오전 12:31:1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2년 12월. 서울고법 형사3부는 전직 택시기사였던 임모(당시 47세)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임씨의 혐의는 존속살해와 살인이다. 그는 70대 부모님과 10대 친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피해자의 가족이자 임씨의 형제인 유족들은 수사기관부터 일관되게 선처를 탄원했다.

패륜적 범죄를 저지른 임씨와 선처를 호소한 가족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던 걸까.

임씨는 과거 평범한 30·40대 남성이었다. 과거 공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손가락 네 개를 잃었지만 임씨는 1990년대 후반 결혼해 자신은 법인택시 기사로 근무했고, 아내 A씨는 카페를 운영하며 평범한 가족으로 지냈다.

하지만 아내 A씨가 도박에 빠져 집 전세자금까지 도박자금으로 쓰는 등 가사를 탕진하며 상황은 급변했다. 가사를 탕진한 후 아내 A씨는 2001년 가출했고, 임씨는 당시 다섯 살에 불과했던 아들을 남양주에 거주하던 부모님에게 맡기고 자신은 경기도 성남에서 법인택시 기사로 계속 근무했다.

5년여를 보낸 2006년 임씨는 친형의 도움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 가출했던 아내 A씨가 용서를 빌며 돌아왔고 임씨도 아내를 용서하고 재결합했다. 이 시기 임씨와 A씨는 남양주 부모님 댁에 들어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임씨 부부의 관계는 2008년부터 다시 삐그덕대고 있었다. 두 사람은 2010년 초부터 분가해 살았지만 갈등이 더욱 커졌다. 결국 A씨는 그해 8월 임씨가 저축해둔 돈을 인출하고 아들 명의 보험까지 해약한 후 다시 집을 나갔다.

부모와 아들, 비교적 안정된 삶 살았는데…

아내의 두 번째 가출에 충격을 받은 임씨는 삶의 희망을 잃고 방탕한 생활을 시작했다. 그 역시도 아내 A씨처럼 도박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개인택시 면허와 차량도 팔아버렸다. 이렇게 팔아버린 1억원에 가까운 돈도 모두 탕진했다.

무일푼으로 전락한 임씨는 신변을 비관하며 자살을 결심했다. 문제는 느닷없이 함께 살던 부모와 자식을 함께 데리고 가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죽으면 부모님과 아들이 생계로 고통받을 것”이란 잘못된 현실인식이 문제였다.

당시 임씨의 70대 부모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고 임대료를 받아가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이들 노부부는 며느리 A씨가 집을 나가자 손자를 수년간 계속 돌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씨는 자신 스스로 삶의 의욕이 없는 상황에서 2012년 2월 어느 날 아침시간 자신도 함께 거주하던 부모 아파트에서 부모와 중학생 아들을 집안에 있던 흉기를 이용해 차례로 살해했다. 아들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도 범행을 만류했지만 임씨는 계속 흉기를 휘둘렀다.

임씨의 부모와 아들은 평소 성실한 태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특히 부모의 경우 신앙을 실천하며 자녀들, 특히 직장 생활 중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임씨를 가장 많이 챙겼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피해자들이 임씨의 잘못된 인식으로 무참하게 살해된 것이다.

임씨는 가족들을 살해한 후 시신과 함께 2시간가량 있다가 집을 떠났다. 그는 자살할 생각으로 집을 나선 후에 친형에게 전화를 해 “부모님께 가봐. 미안해. 나는 내일 발견될 거야”라고 말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친형은 곧바로 부모님 집을 찾았고 현장에서 숨진 부모님과 조카의 시신을 발견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그 사이 임씨는 휴대전화를 버리고 구리의 한 모텔에 투숙해 자살을 시도했다. 임씨는 1일 오후 체크아웃 이후에도 퇴실을 하지 않는 주인이 방에 들어온 후에 발견됐다.

“해드린게 없어서…” 납득불가 범행동기 진술

임씨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부터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범행 이유에 대해 “그냥 사는 게 힘들고 부모님들 생활하는 것을 보면 제가 해드린 게 없어서 죄송하고 너무 답답하고 불쌍해 보였다. 제가 없으면 부모님이나 아들이 더 괴롭고 힘들어질 것 같아서 같이 가려고 했다”고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했다.

형제인 임씨의 범행으로 부모님과 조카를 잃은 유족들은 큰 슬픔 속에서도 임씨에 대한 용서의 뜻을 수사 당시부터 밝혔다. 임씨 형제들은 “가정사로 괴로워할 때 가족으로서 도와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임씨 형제들은 법원에 “독실한 신앙을 가지셨던 부모님은 저희가 임씨를 용서하고 받아들여 가족으로서 아픔을 쓸어안아주시길 바라실 것입니다.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임씨를 용서하고 받아주는 것이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조카를 위한 길이라 생각합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선처 탄원’에도 불구하고 1심은 2012년 7월 임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주된 이유는 범행 동기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임씨 부모가 생계를 유지하던 상황임에도 임씨가 납득할 수 없는 어려운 이유로 부모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임씨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항소했다. 2심은 임씨의 범행이 ‘이해할 수 없는 동기’로 이뤄졌다면서도 범행 당시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된 ‘심신 미약’ 상태라는 점을 인정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형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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