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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이 추진 중인 가운데 교수 사회가 대학을 연구 주제로 하는 ‘한국대학학회’ 창립을 준비 중이다. 백낙청 서울대 교수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 등 원로들이 고문을 맡았고,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사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 등이 함께 한다. 창립 인원만 210여명에 달한다. 윤지관(60)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교수는 이 학회의 창립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 교수는 지금과 같은 ‘대학 서열화를 통한 구조개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학이 제기능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특성을 무시한 정부의 통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쟁 체제가 오히려 대학의 본령을 훼손하고 있어요. 취업률이 얼마나 되는지, 자본을 얼마나 끌어오는 지로 대학을 평가하죠. 이런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전무합니다.”
윤 교수는 정부 통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 사례로 존폐 위기에 몰린 지방대를 꼽았다.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윤 교수도 동의한다. 하지만 점수대로 줄 세워 하위 대학을 퇴출하는 정량 평가 방식이 아닌 대학별 특성을 살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 정부는 모든 대학을 취업 학원으로 만들고 있어요. 이럴 것이 아니라 연구중심, 교육중심, 직업교육중심 등 대학별 특성에 맞도록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의 조정이 필요해요.”
윤 교수는 또 국공립대학을 늘리고, 사학재단의 과도한 특례 규정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대학의 85%가 사립이지만, 미국만 해도 75%가 국공립대에요. 이번 기회에 부실 사학들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등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 개혁이 이뤄질 필요가 있어요. 국공립대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등록금도 낮출 수 있어요.”
“시급한 문제가 대학 구조조정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을 위한 학회는 아닙니다. 긴 안목에서 대학 위기의 본질을 찾고, 근본적인 정책적 대안을 찾아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