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소득내역 공개 안 한다"..암초 만난 종교인 과세

기재부·국세청, 7대 종단에 내역 요청..회신 0건
과세·비과세 세부 항목 정하려면 소득내역 필수
실소득 '깜깜이'.."기준 마련 위해 교계 협조 필요"
김진표·교계 "세부기준 마련 안 돼 시행 유예해야"
  • 등록 2017-08-14 오전 5:00:00

    수정 2017-08-14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내년에 시행하는 종교인 과세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구체적인 과세 항목을 정하기 위해 소득 내역을 요청했지만 교계가 일체 비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과 교계는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며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나섰다.

13일 기획재정부·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7대 종단(천주교·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개신교·민족종교)을 만나 ‘세법 적용 의견서’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한 건도 받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떤 소득이 지급되고 있는지, 과세·비과세 적용 항목에 대해 어떤 궁금증이 있는지 의견서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낸 곳은 없다”고 말했다.

文 정부 “소득내역 요청”..7대 종단 회신 0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소득 내역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소득 내역을 파악해야 세부적인 과세·비과세 항목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종교인 과세에 따른 세수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대다수 종교인은 소득은 워낙 다양하고 각기 다른데다 들쑥날쑥하다. 교인들에게 받은 사례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소득 액수·범위는 더 늘어난다. 게다가 정부 공식적인 통계 자료도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파악 중인 종교인 소득은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일부 종교인에 국한돼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성직자와 종교단체 사무직원 수는 2만5000명, 세수는 81억원(2013년 기준) 수준이다. 이는 신부·수녀 등 일부 종교인만 해당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어떤 식으로 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밝힐 정도로, 종교인 실제 소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단 5가지 항목만 종교인 비과세로 인정하기로 했다. 내년 1월에 시행되는 소득세법(12조)에는 △학자금 △식사 또는 식사대 △실비변상적 성질의 지급액 △출산이나 6세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해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금액으로서 월 10만원 이내의 금액 △사택을 제공받아 얻는 이익 등이 비과세 항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비과세·과세 항목을 매뉴얼에 담으려면 무엇보다도 종단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세법 적용 의견서를 7대 종단에 요청한 것이다. 그동안 기재부와 국세청은 7대 종단 대표들을 만났고 교단별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이달 중으로는 조계종과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국세청은 오는 10월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매뉴얼인 안내 책자를 발행할 예정이다.

김진표 “시행 유예해야” Vs 시민단체 “적폐청산해야”

그러나 교계는 법 시행유예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행 유예 법안을 논의한 한 목사는 통화에서 “전면적인 종교인 소득 과세를 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법, 매뉴얼도 미흡한데 졸속으로 기재부가 무책임하게 법을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 등 여야 의원 25명도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과세 시 마찰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에선 교계가 과세 논의에 비협조 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매뉴얼 미비 등 실무적인 이유 때문에 과세를 유예하자는 건 핑계일뿐”이라며 “수입·지출이 투명해지기 때문에 세무조사에 거부감이 있고 특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적폐청산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전재수·백혜련 의원이 공동발의를 철회해 발의 의원 수는 25명(10일 오전 기준)으로 줄었다. [출처=기획재정부, 국회]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 국회는 201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교인들에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다만 시행일은 2018년 1월1일로 정해,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법이 시행되면 목사, 스님, 신부, 수녀 등 종교인들이 의무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다. 다만 종교단체에서 받는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세무조사 때 종교단체 장부·서류는 종교인 개인소득 부분만 제출하기로 법에 명시했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영적인 일을 하는 성직자로서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 번번이 과세는 무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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