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일베'와 다르지만 같은 이유

  • 등록 2018-07-15 오전 6:00:00

    수정 2018-07-15 오전 6:00:00

(사진=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지난 한주 노골적인 남성 혐오를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는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자주 노출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워마드에서 표출되는 이용자들의 행태는 각종 사고로 분란이 끊이지 않았던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른바 ‘남혐’, ‘여혐’의 대표 사이트로 통하는 둘은 이용자들이 극단적 행태를 자랑처럼 공개한다는 측면에서 큰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극과 극’의 지향점

2010년 처음 사이트 문을 연 후 지난 몇 년 동안 끊임없는 논란으로 미디어를 장식했던 일간베스트는 정치적으로 극우 성향을 지닌 이용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정부 인사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조롱 이미지를 생산하고 현실세계에서는 ‘세월호 폭식 시위’ 등 반사회적 행동을 주도한 커뮤니티가 바로 일베였다.

일베는 기성 정치의 남성중심주의를 이어받아 노골적인 ‘여혐’ 분위기 역시 조장한 곳으로, 이용자들은 ‘삼일한(여자는 삼일에 한번 씩 패야 한다)’ 같은 여성비하 표현도 서슴치 않고 사용해왔다.

반면 워마드는 이념 논쟁보다는 남녀 성대결에 이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사이트다. 최근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각종 페미니스트 이론의 관점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워마드 이용자들은 근본주의적인 남성 혐오 입장을 지지하며 욕설은 물론 범죄 행위를 옹호하는 발언 등도 여과없이 표출하고 있다.

‘자극’ 쫓는 행태는 비슷

일베와 워마드 이용자들이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면서도 서로 유사점을 보이는 부분 역시 이 같은 행태 상의 특징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일상생활과 유사한 수준의 예의범절과 양식을 지키는 것을 거부하며, 오히려 욕설·비하·혐오 표현을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삼는다.

이같은 극단적 행태는 이용자들의 지지 분위기 속에 확대 재생산된다. SNS, 개인방송 등 매체를 불문하고 더 많은 호응을 얻기 위해 갈수록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컨텐츠를 생산하려는 욕구는 이들 사이트 안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관철되는 셈이다. ‘강간 예고’, ‘성당 방화’ 처럼 범죄를 저지르고 인증하겠다는 식의 허장성세가 게시판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과시를 부추기는 온라인 공간의 보편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거꾸로 이같은 행동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신념이 부수적인 문제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워마드의 ‘코란 소각 인증 사건’ 등을 비롯, 반사회적 행동을 과시하는 게시물 태반이 조작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워마드 이용자가 코란을 불태웠다며 인증 사진을 올린 게시물. 나중에 사진이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영상을 캡처한 것이 밝혀졌다. 이 게시물은 나중에 삭제됐다. (사진=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혐오 커뮤니티, 민주주의의 적?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워마드와 같은 무질서한 커뮤니티의 난립을 민주주의의 소산으로 볼 여지도 있다. 군부독재 시기 시민들이 대통령에게 죽음을 요구하고, 정치인을 모욕하는 합성 사진을 유포하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에 대한 공권력의 전면적인 통제가 실현되던 당시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권력자에게 욕 몇 마디 하는 것쯤은 우습게 아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허용하는 민주주의의 진전이 아니었다면, 이 방종에 가까운 자유 역시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극단주의적 여론의 성장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도 늘 열려 있다. 실제 유럽은 종교, 성, 민족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갈등 속에 테러·혐오 범죄라는 실질적 위협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 역시 시시각각 표출되는 갈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더 큰 사회적 위협과 맞닥뜨리는 불행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승자는 누구?
  • 사실은 인형?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