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 갈등 부른 한 줄…"영장청구는 검사가"

[법과사회]영장청구권 독점으로 '무소불위' 권력 가져
법률상 허점으로 검찰 권력 비대화.. 사회적 토론 및 합의 필요
  • 등록 2020-01-12 오전 12:30:00

    수정 2020-01-12 오전 12:3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 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최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는 법을 다룹니다.

최근 정부의 최고 화두는 단연 검찰 개혁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지나 추미애 신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까지 이어지는 갈등 국면은 영화 시나리오를 방불케 하는 수준입니다. 검찰이 이렇게 권력 다툼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검찰‘청’장 아닌 검찰‘총’장

검찰은 정부 조직상 법무부 산하의 일개 외청일 뿐입니다. 하지만 검찰청의 장은 정부기관 외청(국세청, 관세청, 통계청, 조달청, 경찰청 등)들 가운데 유일하게 청장이 아닌 ‘총장’ 직함을 달고, 검사장들은 규정에도 없는 ‘차관급 대우’로 관용차 지급까지 받아왔습니다.

검찰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지난 한 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 문제는 차치하고, 검찰이 원한다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정치행위와 정면으로 대립할 수 있는 수사 역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는 사법부를 구성하는 법관과 행정부 소속인 수사기관 구성원이 되는 검사가 동시에 시험을 치르는 한국 특유의 사법시험 제도부터 연원을 따져야합니다. 법률적으로는 주로 검찰의 영장청구권한, 기소독점 등을 명시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난점을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검사에게 독점된 영장청구권

우리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 등은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영장을 발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장제도는 형사절차상 이뤄지는 일련의 강제처분(체포, 수색 등)에 대한 통제장치입니다.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민간인의 집을 들쑤시고 체포한다면 이같은 강제력을 이용해 국민을 통제하는 독재국가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강제처분의 정당성을 법원 즉, 사법부에서 따지고 허락받도록 하는 것이 영장 제도입니다. 현대 공화국 정치체제의 기본 구성 원리인 ‘3권분립의 원칙’ 아래 자연스럽게 파생된 사법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에 국한 시켜놓은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은 물론 우리 법률 구성에 영향을 미친 독일, 일본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규정입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의 사법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검찰이 아닌 경찰, 또는 다른 공적 기관 주체가 법원에 영장을 직접 청구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1948년 제헌헌법과 1954년 형사소송법에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영장청구권자를 따로 밝히지 않고 영장 발부 권한이 사법부에 있음을 명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 쿠데타를 감행한 이후 형사소송법의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규정에 ‘사법경찰관은 검사에 (영장을) 청구한다’는 표현이 들어갑니다. 사법부에 대한 영장 청구는 반드시 검사를 거치도록 한 것입니다. 1962년 5차 개헌에서는 아예 헌법에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습니다. 형사법 절차상의 중요 권한을 검찰이 독점케 하는 이같은 규정 덕에 이후 검찰의 권한과 지위는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독재시기 검찰 조직이 공안정치에서 큰 역할을 감당한 것과 이러한 ‘법률적 수혜’ 사이 관계가 무관치 않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인사 다음날 다시 청와대 압수수색

현재까지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규정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인 경찰청, 심지어 청와대에 대해서도 수색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이 검사의 범죄를 이유로 검찰청에 대해 요청한 경찰의 수색영장 요청은 번번이 반려해도 되는, ‘검찰 편의’를 보장하는 법조문이 6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은 고위직 인사가 단행된 다음날인 10일 다시 청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청와대는 영장에 구체적인 압수 대상 자료가 단 하나도 지목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보여주기식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국가권력의 정점과 행정부를 구성하는 산하조직이 수사를 두고 비판과 반박을 주고받는 희한한 이번 사태가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전국민적 갈등 상황을 불러온 이번 사태의 근저에 좀처럼 거론되지 않는 법률상의 허점과 난점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은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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