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박근혜, 국정농단 이은 선거농단?

정의당, 박 전 대통령 선거법위반 혐의 고발
"서신에 보수통합 지시"
특정성 부족, 선거법 위반 적용은 미지수
  • 등록 2020-03-08 오전 6:00:00

    수정 2020-03-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관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정의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고발했습니다. 이미 공천개입 혐의에 대해 실형을 확정 받은데다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수십년 형이 추가될지 모르는 이를 고발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선거농단’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민중당 서울시당 관계자들이 6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개입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만희가 상기시킨 박근혜, 옥중서신으로 이목 집중


이번 주 박 전 대통령이 미디어에 이름을 올리게 된 첫 계기는 그의 옥중서신이 아니었습니다. 대규모 감염 사태로 전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박 전 대통령 기념시계를 차고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 먼저였기 때문입니다. 보수정당과 사이비 종교의 밀월에 대한 음모론과 ‘가짜 시계’ 시비까지 이어진 와중 박 전 대통령의 ‘진짜’ 옥중서신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 논의가 활발한 정치적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우연’이었을 겁니다.

“선거권 없는 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기결수로 징역형을 살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18조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을 선거권이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60조에서는 18조에 해당해 선거권이 없는 자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다시 규정합니다. 따라서 공천개입 혐의로 2년형의 징역형을 확정받은 박 전 대통령은 선거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도 할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박 전 대통령이 문제의 서신에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고 요구한 부분 등을 문제 삼습니다. 사실상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가 통합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지시라는 것입니다. 정의당이 박 전 대통령 서신을 “옥중정치가 아니라 옥중망언이며 국정농단 사건에 이은 희대의 선거농단 사건”이라고 비판한 이유입니다.

다만 이러한 구절을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선거운동의 경우 ‘특정 후보의 당선 혹은 낙선’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향한 행위로 규정되는데, 선거운동 위반 역시 해당 행위가 대상이 되는 후보의 특정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는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포함됐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발언이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4월 총선 전 후보등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통합당 등 특정정당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 서신을 선거법 위반으로 볼 여지는 적은 셈입니다. 다만 중앙선관위 역시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상태라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수형자’ 서신에 요동치는 정치


사실 박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징벌의 실익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고 국정농단 혐의에 대해서 십년 이상의 추가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수형자의 서신 하나에 희비가 교차하는 한국 정치 지형의 비정상성에 대한 숙고로 보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독재자의 딸에게 정치를 금지하는 법률 따위는 없습니다.

다만 그에게 인간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윤리적 책임이 요구될 뿐입니다. 과거 18년을 집권했던 권력자의 딸은 그 책임을 물리치고 정치에 뛰어들었고,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되고 감옥에 갇힌 와중에도 서신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박근혜 구명 운동’이 벌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메시지가 지니는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박 전 대통령이 모를 리 만무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초에 무시했던 그 윤리에 대한 요구가, 지금 옥에 갇힌 그에게 다시 빗발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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