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뭉친 덩어리'는 애정행각 중…김영배 '로맨스'

2021년 작
통제된 색상 절제된 조형의 '서정적 추상성'
60년 이어온 그 붓길, 결국 한 방향에 닿아
섞여살면 묻게 되는 지점에 여백의 거리둔
'자연 속 사람' '사람 속 자연' 잔잔히 풀어
  • 등록 2021-09-10 오전 3:20:00

    수정 2021-09-10 오전 3:20:00

김영배 ‘로맨스’(사진=일우스페이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형상 없는 형상.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저 형상이 내보인 제스처는 알아챌 수 있다. 관계다. 그것도 썩 좋은 관계. 거대한 덩어리로 뭉쳐있는 저들은 지금 ‘애정행각’ 중이다. 소리도 없이 ‘꿀 뚝뚝 떨어뜨리는’ 눈빛을 쏘는 중이다.

통제된 색상과 절제된 조형으로 누군가는 “한 편의 조형시 같다”고 했던 작가 김영배(79)의 화업. 60년을 이어온 그 붓길은 결국 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서정적 추상성’이다. 사실 추상작업을 하면서 내용을 들키는 일은 흔치 않다. 추상언어에 기댈수록 어떤 해석에 갇힐까, 더 감추려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아무리 숨겨도 덮어도 다 드러난다. 자연 속 사람, 사람 속 자연 얘기라서다. 섞여 살다 보면 닮고 묻을 수밖에 없는, 딱 그 지점에 그림 한 점 던져두는 거다. 그럼에도 서로를 지켜주는 예의는 깍듯했다. 넘보는 일이 없고 거들먹거리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작품에 늘 깔아둔 ‘거리두기의 여백’이 그 의미일 거다. 닿지 않으면 부딪치지 않는다.

정적인 소재·주제 덕에 작고 아기자기한 소품이려니 하면 오산이다. 100호(162×130㎝)를 넘기는 대작이 즐비하다. ‘로맨스’(2021)가 벌어진 저 현장도 가로폭이 2m를 넘긴다.

26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서 여는 초대개인전 ‘김영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227×162㎝. 작가 소장. 일우스페이스 제공.

김영배 ‘해변에서’(2019), 캔버스에 오일, 130×97㎝(사진=일우스페이스)
김영배 ‘내 영혼의 여행 205-12’(2005), 캔버스에 오일, 165×85㎝(사진=일우스페이스)
김영배 ‘공존 202-2’(2002), 캔버스에 오일, 228×182㎝(사진=일우스페이스)
김영배 ‘자연과 인공 87-1’(1987), 캔버스에 오일, 112×140㎝(사진=일우스페이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