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사업가의 탈을 썼던 '폭군' 양진호의 종말[그해 오늘]

웹하드업체로 막대한 부 축적…엽기행각 지속
직원들 상습폭행·상상초월 갑질…불법 해킹도
누적 징역 7년8월…음란물유포 혐의 내달 선고
  • 등록 2022-11-09 오전 12:03:00

    수정 2022-11-09 오후 3:34:14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8년 11월 9일 오후. 국내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 실소유주인 양진호(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씨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같은 해 10월 30일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열흘 만이다.

폭행 영상 공개 후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행방이 묘연했던 양씨는 11월 7일 낮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긴급체포됐다. 체포 직후 경기남부경찰청에 압송되며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양씨는 “공감할 수 없는 행동으로 공분을 자아낸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잘못을 인정한다.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직원들에 대한 상습폭행과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된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2018년 11월 7일 오후 긴급체포된 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하루 뒤인 8일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씨는 9일 오전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출석을 포기함에 따라 법원은 수사기록을 토대로 오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획득한 후, 성공한 IT 사업가로 자신을 포장했던 양씨의 수많은 악행이 서서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양씨가 받는 혐의는 그 내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옛 여자친구에 대한 특수강간을 비롯해 △직원들에 대한 상습폭행 △직원들에 대한 엽기스러운 ‘갑질’ △아내 지인에 대한 감금 및 집단폭행 △직원 및 아내 휴대전화 해킹 등이었다.

머리염색·강제 대마초 흡입 등 갑질 상상초월

양씨는 직원들에게 폭군 그 자체였다. 폭언과 욕설은 물론 폭행을 가하기도 일쑤였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약을 먹게 하거나, 술안주라며 생마늘 한 움큼을 강제로 먹도록 했다.

또 직원들의 업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양의 캡사이신이 함유돼 매운맛 대회에서 1위를 한 핫소스를 강제로 먹게 하기도 했다. 임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5년 4월엔 느닷없이 회사 임원들을 불러 미용실에 데리고 간 후 자신이 정해주는 밝은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도록 했다.

지속적으로 대마를 구입해 흡입했던 양씨는 2015년 9~11월 사이 한 연수원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인디언 부족들은 우정을 위해 대마초를 돌아가면서 피운다. 한번씩 빨아라”며 대마초를 흡입하도록 강제했다. 2016년 직원 워크숍에선 비닐하우스에 살아 있는 닭을 풀어놓은 뒤 직원들에게 활과 장검으로 죽이도록 했다.

임직원들은 양씨에 눈에 거슬릴 경우 회사에서 해고나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양씨의 이 같은 행동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양씨는 사내 개발자에게 휴대전화 감시 및 도청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한 후 ‘사내 메신저’라며 직원들에게 깔도록 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직원들의 통화내역, 녹음 등 휴대전화를 해킹했다.

길거리서 만난 퇴사 직원 폭행하기도

양씨의 엽기적 갑질은 퇴사 직원도 피해 가지 못했다. 공분을 샀던 폭행 영상의 피해자는 당시 회사에 다니지도 않던 전직 직원이었다. 2015년 4월 퇴사한 직원이 고객게시판에 양씨 등 회사 경영진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양씨가 직접 협박을 해 회사에 들어오도록 했다.

두려움을 느낀 퇴사 직원이 회사를 찾아오자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한가운데에 세워놓은 후 무차별적인 폭행과 욕설을 가한 후 무릎을 꿇도록 했다. 영상 역시 양씨의 지시로 다른 직원이 촬영한 것이었다. 양씨는 퇴사하겠다는 직원의 빰을 때리거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퇴사 직원에게 “왜 허락도 없이 그만 뒀느냐”며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양진호의 갑질 피해는 임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임원들은 양진호가 지정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해야 했다. (사진=뉴스타파 갈무리)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양씨는 2013년 당시 아내의 외도가 의심된다며 휴대전화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고 감시했다.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내역 등을 서버에 자동 전송하도록 한 후 이를 나중에 이혼소송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아내와 불륜관계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아내의 지인을 사무실로 불러낸 다음 직원들과 함께 2시간 동안 감금한 채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정작 양씨 자신은 당시 내연관계였다. 그는 2013년 6월 내연관계를 정리하자는 여성을 호텔로 불러 내 성폭행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머리를 자르거나 폭행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두려움에 떨었던 피해자는 양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후에야 고소장을 제출했다.

음란물유포 인정시 형량 크게 증가 전망

검찰은 2018년 12월 양씨에 대해 특수강간, 공동상해·감금,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주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양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은 특수강간 혐의의 공소제기가 부적합하다고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양씨에 대한 처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양씨의 회사 운영 관련 비리 수사를 벌여왔다. 양씨가 수감돼 있는 동안 회사 자금 92억원을 사용한 혐의(배임)로 추가 기소돼 지난 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져 폭행을 가하고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도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8월이 추가됐다. 이들 형이 확정될 경우 양씨의 도합 누적 형량은 징역 7년 8월로 늘어난다.

여기에 더해 양씨는 음란물 유포방조, 저작권법 위반 및 방조, 업무상 횡령, 탈세 등에 대한 판결도 앞둔 상태다. 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다음 달 2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선고 예정이다. 이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양씨는 앞서 확정된 형량보다 훨씬 많은 형기를 추가로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씨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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