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 성공사례⑦]전통의 '무거움' 벗은 나전칠기 체험공방, '에이치앤크래프트초이...

무겁고 비싼 이미지 벗고 실용적이면서도 부담없게
단순하고 쉬운 공정과정으로 누구나 쉽게 배워
지난해 창조관광공모전서 입선, 사업지원금 약 5000만원 받아
창업 두 돌만에 월 매출 1000만원 육박, 정부 도움 받아 '쑥쑥'
전통공예 나전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거듭...
  • 등록 2014-02-25 오전 6:00:00

    수정 2014-02-25 오전 6:00:00

최을선 에이치앤크래프트초이 대표가 직접 나전칠기 체험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나전칠기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상품화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화두는 단연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이 열린 지난 3년간의 성과는 눈부시다. 총 1331개팀이 출품해 그중 80개팀의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이들 중 사업화에 성공한 업체는 52개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1004팀의 사업아이디어가 출품돼 88개팀이 수상하는 등 나날이 공모전에 대한 관심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소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을선 에이치앤크래프트 대표. 전통공예 나전칠기를 쉽고 편하게 체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침체일로 ‘나전칠기’의 부흥

나전칠기(이하 나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공예 중 하나로 꼽힌다. 한때는 내로라하는 대갓집 마님의 상징이었지만 자개농이 수입가구에 안방을 내주면서 나전 공예산업 전반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하지만 침체일로를 걷던 나전공예가 ‘관광’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부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무거움을 벗어던지면서부터다. 전통과 장인정신을 고집하던 과거로부터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성을 꺼내오면서 한층 가벼워졌다.

이번에 소개할 업체 또한 전통과 대중성을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에이치앤크래프트초이(대표 최을선)다. 이 업체는 지난해 열린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입선으로 수상했다. 어렵고 낡은 이미지였던 전통공예 나전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간소화해 체험 위주의 상품으로 개발했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사업팀장은 “스위스는 한 마을 전체가 가위만 만들어 유명해졌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유리공예, 일본은 도자기마을을 상품화해 외국관광객을 끌어모은다”며 “나전칠기라는 우리의 전통공예를 국내외 관광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체험 상품화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지난 21일 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을선(37·사진) 대표를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공방에서 만났다. 전통공예의 장인을 만난다는 설렘도 잠시, 공방에 도착해 마주친 최 대표는 평범한 가정 주부의 모습이었다. 평상복을 입은 최 대표에게 “작업복은 없느냐”고 요청하자 “우리 공방의 체험프로그램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 일상복을 입고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해 따로 작업복을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방도 개방돼 있다. 밖에서도 안이 잘 보이도록 설계됐다. 전통은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벽면에는 나전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책상에는 작업 중인 각종 생활용품이 정돈돼 있다. 최 대표는 “나전칠기는 섬세하고 긴 제작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우리 공방은 체험자가 나전으로 문양을 디자인하고 제작만 하는 과정으로 축소했다”며 “비싸고 고급스러운 나전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나전을 쉽고 재미있게 체험프로그램화 한 것이 우리 공방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전통공예 나전칠기 체험프로그램 공방 에이치앤크래프트초이의 제품들. 주로 장이나 고급 가구에 장식품으로 사용되던 나전칠기를 생활용품인 머리핀, 거울, 열쇠고리 등에 접목했다.
◇보고·듣고·만지고·느끼고...격식 벗은 나전칠기

공방은 작지만 분주했다. 아직도 나전제품을 쓰는 사람이 있나 싶을 만큼 우리생활 속에 나전은 서양식 가구와 제품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곳 공방만큼은 나전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방은 어느 갤러리를 방불케 했다. 여러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땀 한땀 수놓은 공예품에서는 고운 빛이 흘렀고 액자 속 공작은 금세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작품마다 고풍스러움이 넘쳐났다. 전통공예 장인들이 전시회라도 연 것 같은 풍경. 놀랍게도 최 대표는 “상품으로 팔기 위한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은 수강생들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가만히 살펴보면 미완성품도 많았다. 최 대표는 “어린 학생들, 가정주부들이 잠깐씩 찾아와 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열린 공방을 추구한다”고 했다.

최 대표가 나전칠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친언니인 최은영(39·사진) 씨 영향이다. 대학에서 금속공예와 목공예를 전공한 언니의 일을 가끔 도와주다 보니 어느 새 자신의 취미가 되고 사업이 돼 있었다. 사업을 생각하게 된 건 다수의 공모전에 입상하면서부터. 하지만 상품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전에 대해 잘 모르고 또 어려워하기 때문. 그런데 이 점이 되레 전략이 됐다. 나전을 쉽게 알릴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어떨까 싶었던 거다. “평소 옻칠에 관심을 가진 분들 외에는 나전에 대해 잘몰랐다. 나 스스로가 조금씩 배우며 취미가 되었듯 사람들도 쉽게 나전을 배우면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일단 시작했으니 공방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눈여겨봐 왔던 집주변의 가게를 얻어 공방을 차렸다. 공방은 유무형의 전통 나전을 쉽게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공간으로 꾸몄다. 전시와 체험을 겸하게 했다. 작품도 일상용품을 위주로 했다. “공방에서 만드는 나전제품과 전시품을 거울·머리핀·시계 등 생활용품 위주로 구성해 사람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전통 자개장이나 농처럼 화려하고 비싸지는 않지만 우리 전통공예인 나전의 멋과 실용성, 예술성 모두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나전 장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옻칠부터 전통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공방으로 나전칠기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실제로 공예가가 되려고 하기보다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대부분”이라는 최 대표는 “나전칠기가 대중화는 사람들이 쉽게 나전에 접할 수 있도록 공정 과정을 줄이고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치앤크래프트초이는 열린 공방이다. 누구나 쉽게 찾아와 나전칠기를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중이다. 사진은 체험자들이 만들어 놓은 제품들.
◇외국인도 공예체험...나전의 희망을 보다

2012년 5월에 창업했으니 이제 두 돌도 안 된 신생기업이다. 시작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청년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자’로 선정되면서부터였다. 당시 최 대표는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즐길 수 있는 ‘나전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전국관광상품공모전과 전북관광상품공모전에서 수상하며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오게 된 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사업화 자금(사업화지원비 2500만원·상금 500만원)을 비롯해 컨설팅·창업교육·영업망 연결 및 확충 등 세세한 면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추가지원으로 2000만원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강 팀장은 “공모전 당선업체 중 중간평가를 해 사업주의 추진역량과 성장가능성, 그동안의 성과 등을 종합, 상위 15개 업체를 선정한다”며 “이들 15개 업체 중 1~5위까지는 2000만원, 6~15위까지는 1000만원을 추가지원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창조관광공모전은 다른 공모전과는 달리 다양한 형태의 관광상품을 공모한다는 것이 신선했다”며 “당선 업체들이 시장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화 자금부터 컨설팅·영업망 확충까지 아이 키우듯 기업성장을 세심하게 살펴주는 점 또한 특별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업비 지원이 ‘선지출 후 정산’으로 돼 있어 사업비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최 대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사업비를 먼저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개선이 됐으면 한다”고 웃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나전 체험상품을 출품했고, 충북대와 서울대에서도 나전 공예체험을 시연했다. 올 초에는 일본의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한·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전 체험상품 문화행사도 열었다. 올 9월에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서 진행할 ‘인천공항 외국인 전통문화체험 재료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름이 알려지자 매출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성수기에는 월 800~900만원, 비수기에는 월 200만원 정도로 연간 7000~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제 막 시작한 터라 어려움도 적지 않지만 최 대표의 꿈은 결코 움추러들지 않는다. 희망은 “나전이 좀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지금보다 더 쉽고 흔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 “도자기체험과정으로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듯이 우리 공방의 체험프로그램으로 전통공예 나전칠기가 더 보편화되고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최을선 에이치앤크래프트초이 대표가 나전칠기의 문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체험자들이 쉽고 편하게 나전칠기를 체험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문양의 나전을 패키지화한 것이 특징이다.
최을선 에이치앤크래프트 대표(왼쪽)와 그의 언니인 최은영(가운데)씨가 나전칠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체험자들은 미리 준비된 나전칠기 패키지를 가지고 전통공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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