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권 대학 정원감축 ‘속앓이’

“재정 어렵지만 정부정책 순응하는 모습 보여야”
정원 감축은 곧 동문 수↓ “대학 경쟁력 악영향”
“지방대 죽으면 국내박사 교수 자리 없어” 시각도
  • 등록 2014-04-16 오전 5:39:57

    수정 2014-04-16 오전 8:23: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들이 잇따라 정원 4%를 줄이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눈치 보기’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 사이에서는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고, 최소한의 성의를 나타낼 수 있는 선으로 ‘4% 감축안’이 제시돼 왔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사업 신청을 마감하는 대학(수도권·지방) 특성화사업에서 정원 감축 4%부터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원을 줄인다면 가산점을 받는 선까지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학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정원 감축에 따른 재정 수입 감소다. 서울 주요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750만~850만원 수준이다. 예컨대 정원 4%(193명)를 줄이기로 한 경희대의 경우 한 해 등록금 수입에서만 14억7259만원이 줄어든다. 경희대의 연간 등록금은 736만원으로 주요 대학 중 등록금이 싼 편이다.

더욱이 입학 정원은 한 번 줄이면 다시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수입 감소는 누적돼 나타난다. 역시 정원 4% 감축안을 마련한 서울 A대학 보직 교수는 “정원 감축안을 마련한 뒤 총장을 설득하고 있다”며 “학교 재정이 어려워 고민이지만,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어느 학과에서 정원을 줄일 것인가도 ‘뜨거운 감자’다. 이는 정원 감축 비율을 정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최근의 학과 개편을 둘러싼 대학가의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정원 감축이 곧 동문 수 감소로 이어져 대학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B대학 관계자는 “정원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동문 수를 줄이는 일”이라며 “요즘 동문들은 대학이 발전기금 등을 모금하는 데 있어 없어선 안 될 존재”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급감을 앞둔 상황에서 모든 대학이 정원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아지는 ‘대입 역전 현상’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학생 충원난의 파고는 먼저 지방대를 덮칠 전망이다. 지방대 중에선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원이나 강사들을 교수로 임용하는 곳이 많다. 지방 대학의 위기가 곧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토종 박사’들의 위기인 셈이다. 서울 D대학 교수는 “서울 주요 대학 교수 자리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차지하지만, 지방대 교수는 국내 상위권 대학에서 박사를 딴 사람들로 채워진다”며 “교수들 사이에서 ‘지방대가 죽으면 국내 박사들이 교수로 갈 자리도 없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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