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특혜대출 ‘무혐의’…3대 의혹은 불씨남아

  • 등록 2018-03-04 오전 6:00:00

    수정 2018-03-04 오전 6:00:00

서울 중구 명동 하나금융그룹 건물 1층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 당국이 하나금융을 둘러싼 4대 비리 의혹 중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하나금융 계열사의 물티슈 납품 업체 특혜 제공과 중국 사업 부실 투자 의혹 등도 조만간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금감원 “하나銀, 아이카이스트 대출 문제없어”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설명자료 (자료: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


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아이카이스트 대출 취급 절차 및 심사 과정 등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며, 부당 대출 압력 여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창조 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 동생이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KEB하나은행은 아이카이스트에 2015년 7~11월 3회에 걸쳐 총 20억2000만원의 운영 자금을 대출해 8억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당시 3차 대출을 결재했던 하나은행 대전 둔산동 지점 정모 지점장이 “하나지주가 대출 취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제보하며 권력 실세가 연루한 특혜 대출이라고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 중심의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주장해 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아이카이스트는 25개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으로 대출 자격이 적정하며 은행은 매출 성장세 등을 근거로 여신을 취급했다”며 “대출 금리는 같은 신용 등급 기업과 유사한 수준(연 2.4~2.96%)으로, 전결 규정을 준수해 대출을 취급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는 240억원 투자금 사기 등으로 구속돼 2016년 10월 구속돼 지난해 9월 징역 11년과 벌금 61억원이 선고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뤄진 은행 대출에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 취급 시 세무 신고 자료, 계약서 등을 받아 자금 용도를 확인했지만, 자료가 허위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외부 감사인도 이 회사 허위 매출을 발견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이 이 사실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지주 측의 압력이 있었다는 정모 전 지점장의 주장 역시 대질 문답 등을 한 결과 “당사자 간 진술이 서로 달라 수사기관이 아닌 금감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곤란하다. 지점장의 주장 일부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특혜 대출로 볼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후 관리 절차 미흡 등에 대해서는 향후 부책 심사 시 반영토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김 의원실에 설명했다.

하나금융 4대 의혹 중 1개 종지부…3개 남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에서 첫째)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로써 하나금융의 4대 비리 의혹 중 일단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은 ‘혐의없음’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남은 것은 채용 비리 의혹과 하나금융 계열사의 물티슈 납품 업체 특혜 제공, 중국 사업 부실 투자 의혹 등이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를 통해 하나은행에서 채용 비리 의심 사례 13건을 포착하고 55명의 이른바 ‘VIP 리스트’를 관리한 것을 파악해 지난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지난달 8일 하나은행 을지로 본사를 압수 수색하는 등 이를 수사 중이다.

나머지 2건의 비리 의혹도 조만간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해영 의원이 “하나은행의 4가지 비리 의혹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아이카이스트와 채용 비리 관련 결과 보고서만 요약본으로 제출받았다”며 추가 자료 제출을 촉구하자 “중국 관련 자료는 저희 조사가 확실히 마무리되지 못해 제출할 수 없었다. 물티슈 관련 회사의 사외이사 이력 관계는 지금 현재 점검하는 과정으로 (내용을) 보고 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하나금융 노조 측은 하나금융 계열사가 하나금융지주의 박문규 사외이사 및 김정태 회장 아들 김모씨가 운영하는 기업으로부터 선물용 물티슈를 구매한 거래에 특혜나 위법 소지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것이다.

또 노조는 중국계 한국인이 회장인 중국 랑시그룹과 하나은행이 중국 내 합작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의혹 점이 있다고 본다. 랑시그룹은 국내 유아용 물품 기업인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하며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의 인수 자문도 받았는데, 아가방앤컴퍼니와 김 회장 아들 회사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금융도 “모두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박문규 이사도 작년 12월 이사직을 중도 사퇴한 상태다.

최순실씨 인사 개입 해석도 ‘관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이 풀어야 할 매듭은 또 있다. 최순실씨의 하나은행 인사 개입 과정에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엮여 있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앞서 지난달 13일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자신의 측근인 이상화 전 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을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하도록 강제했다는 강요죄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김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전화를 받고 “(청와대) 요구를 안 들으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회장은 강요를 당한 대상이나, 이 역시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은행 인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22일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돼 이달 지주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3연임’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그를 겨냥한 의혹이 불식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