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 가이드]민주당은 왜 자유한국당을 '자한당'이라 부를까?

공사석 막론하고 與 의원들 "자유당·자한당"
당명 개정 직후 "한국당이라곤 못한다" 선언
"대한민국 국호 당명 사용 옳지 않다" 주장
''열우당'' 호칭에 발끈했던 과거 되돌아봐야
  • 등록 2019-05-04 오전 7:00:00

    수정 2019-05-04 오전 7:00: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치권에는 특유의 문화, 제도가 존재합니다. 정치 기사에도 어렵고 난해한 정치권 고유의 용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때론 당연히 독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명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를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관련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알못 가이드’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국회법을 정면으로 무너트린 자한당.”·“끝없는 자한당의 막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 일부를 발췌한 부분입니다. 이처럼 민주당에서는 공·사석을 막론하고 자유한국당을 ‘자한당’이라고 부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자유한국당의 약칭은 엄연히 ‘한국당’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지난달 청와대 업무보고가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자한당. 자한당”이라고 하다가 한국당 의원들의 “한국당이다. 한국당”이라는 항의를 받고 “한국당”으로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민주당은 왜 자유한국당을 공식 약칭인 ‘한국당’이 아닌 ‘자한당’이라고 부르는 걸까요?

초기엔 자유당으로 빈번하게 부르기도

다양한 정치적 배경이나 상황을 차치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직후인 2017년 2월 “한국당이라고는 절대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당 이름에 국가명인 ‘한국’을 집어넣는 게 말이 되냐는 게 이유였습니다.

2017년 초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은 당 공식 회의에서 “한국당으로 약칭을 쓴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국호를 당명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저는 앞으로 한국당이라는 약칭을 쓰지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출입기자로 직접 해당 회의 장소에 있었던 기자의 귀에 “한국당이란다. 한국당”이라는 민주당 의원과 관계자들의 실소가 심심치 않게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만해도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자한당이 아닌 자유당으로 부르는 경우가 더 빈번했습니다. 한국당이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 후예라는 이미지를 넌지시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이승만의 자유당’과 ‘차떼기당 신한국당’을 합친 조어라면 독재와 부정부패의 아성으로 남고자 하는 것이 된다. 최근 탄핵 기각에 앞장서고 있는 자유당 의원들의 뻔뻔함은 이승만 정권의 뻔뻔함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선관위 등록된 약칭으로 부르는 게 원칙

그러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지고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는 ‘자한당’이라는 명칭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기 합니다. 이 시기가 묘하게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70%와 50% 이상을 넘나들면서 10% 초반 지지율의 한국당과는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로 느껴졌던 때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에서 “한국당은 이미 심판이 끝난 정당. 재기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자한당’이라는 명칭은 결국 상대진영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한국당의 주장입니다. 또 한국당을 향해 ‘박근혜 잔당’이라고 공세를 펼치는 여당에게 ‘자한당’은 ‘잔당’처럼 들리는 효과가 있다는 정치권의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저분들은 공식적인 의총에서, 당의 공식 행사에서 책임 있는 당직자들이 우리 당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가”라며 “‘자유’를 헌법에서 빼버리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자유한국당’이라고 죽어도 안 부른다. 그리고 한국을 싫어하는지 ‘한국당’이라고 죽어도 안 부른다”고 성토했습니다. 정 의장은 “이것은 정말 ‘비열한 정치’이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이고, ‘추한 정치’”라고도 했습니다.

사실 정당법에 의하면 정당 약칭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서는 안 되고 선관위에 등록된 대로 사용해야 하는 게 엄연한 원칙입니다. 선관위가 약칭 등록을 심사하게 돼 있고 이름이 유사한 정당이 있으면 불허하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사용 못 한 시기도

더불어민주당 역시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의 민주당 때문에 ‘민주당’ 약칭을 사용하지 못한 채 ‘더민주’로만 약칭을 사용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바른미래당도 당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당시에는 ‘미래당’으로 당명을 정하려고 했지만 원외정당인 ‘우리미래’가 ‘미래당’을 약칭으로 사용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약칭을 ‘우리당’이 아닌 ‘열우당’이라고 하면 발끈하곤 했습니다. 열우(劣友)는 마치 덜떨어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처럼 해석되면서 열린우리당을 얕잡아보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이런 문제제기에 ‘상생의 정치’와 ‘상대방을 인정하는 정치’ 차원에서 ‘열우당’ 호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역시 제1야당을 존중하고 열린우리당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자유한국당을 공식 약칭인 ‘한국당’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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