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0억인데 공사비만 6억'…쌓이는 미분양, 건설업계 '골머리'

민간 아파트 분양가 중 건축비 비중 연중 최고치 기록
주택 건설원가 1년간 9.1% 올라…원자잿값 급등 영향
"공사할수록 손해"…시장 한파 분양가 인상 꿈도 못꿔
  • 등록 2022-10-24 오전 5:00:00

    수정 2022-10-24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분양가에서 건축비 비중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잿값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탓이다. 분양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시행사들이 ‘밀어내기 분양’까지 하고 있지만 고육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에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분양가가 10억원이라면 이 중 6억원은 건축비라는 뜻이다. 예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 분양가에서 건축비 비율은 40~50%대였다.

분양가에서 건축비 비중이 올라가는 건 공사 원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자수는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9.1% 상승했다. 지난해 t(톤)당 85만원이었던 철근 가격은 올해 100만원대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만 해도 1t에 7만8000원이던 시멘트 가격도 지금은 10만원을 넘어섰다.

원가가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은 시행자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등 대형 정비사업장에선 기존 공사비보다 수천억원씩 공사비가 올랐다. 조합으로선 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걸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증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이 공사 원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공사를 끌면 끌수록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늘어난 공사비는 결국 일반분양을 받는 수분양자(분양을 받는 사람)에게 전가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밀어내기 분양이 늘어난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본다. 부동산 정보회사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4분기 분양하는 아파트는 15만326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넘게 늘었다. 그간 시장 상황과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분양을 미뤘던 단지들이 한꺼번에 분양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고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조금 더 버텨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높은 공사비를 감내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과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공사현장.(사진=뉴시스)
문제는 청약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722가구에 이른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주택(5012가구)이 5000가구를 넘어섰다. 2019년 12월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양이다. 높아진 공사비를 수분양자에게 전가하려 해도 이를 받아줄 수분양자가 없다는 뜻이다. 주택 경기가 가라앉고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청약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가 할인분양까지 하면서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건설업계가 침체 늪으로 빠지겠다고 우려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 수도권에선 공공택지 아파트도 3억~4억원에 분양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사하면 할수록 손해인 구조가 됐다”며 “아직은 지금까지 수주한 물량이 있어 괜찮지만 수주고가 떨어지는 3~4년 후부터 건설업계도 경기 침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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