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자진사퇴가 남긴 것

  • 등록 2014-06-25 오전 6:00:00

    수정 2014-06-25 오전 6:00:00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친일사관 논란과 관련해 24일 끝내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 드리고 싶었으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나라가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게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사퇴결심의 배경이다.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총리 지명을 받은 지 14일 만의 중도 하차다.

그가 정통 언론인 출신으로는 처음 총리 후보로 지명돼 자진사퇴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다. 교회강연 동영상이 돌출적으로 보도됨으로써 역사관 논쟁이 유발됐고, 결국 그로 인한 집중포화의 공세를 견뎌내지 못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결구도 속에서 그 스스로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무분별한 흠집내기도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가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정치권과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것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지 않다. 청문회까지 갔다가 부결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만 이번 파동을 계기로 바로잡히기를 바란다. 이념공세와 종교적 편향성까지 드러낸 언론들의 보도 태도도 고쳐져야 한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국정공백이 더욱 길어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도 벌써 2달 가까이 지나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마당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총리지명을 받은 후보자 2명이 연달아 낙마하게 됨으로써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는 인사검증의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다. 제2기 내각의 장관으로 내정된 후보자들 가운데서도 부적격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 같은 맥락에서라고 여겨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좀더 치밀한 인사검증 작업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뜻하지 않은 인사 논란으로 인해 국정운영이 심각하게 차질을 빚게 된다는 교훈을 이번 사태는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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