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미지급금 금감원 4300억 VS 삼성 370억…차이나는 이유는?

  • 등록 2018-07-30 오전 4:00:00

    수정 2018-07-30 오전 8:58:13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4300억원’ vs ‘370억원’.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만기 환급형 또는 상속 연금형) 보험 상품 가입자 5만5000여 명에게 회사가 그동안 덜 지급한 보험금을 되돌려주라고 권고한 금액은 4300억원이다. 반면 삼성생명이 이사회를 거쳐 지급하겠다고 결정한 금액은 370억원에 불과하다. 1인당 환급액의 경우 전자가 782만원, 후자가 67만원가량으로 무려 12배 차이가 난다. 같은 미지급 보험금을 두고 왜 이런 금액 차이가 발생했는지 금융 소비자의 관심이 크다.

금감원 “약관에 설명 없이 뗀 공제액 모두 돌려줘야”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4300억원으로 추정한 것은 “소비자에게 보험 가입 당시 제대로 알리지 않고 회사가 매달 보험금에서 뗀 공제액 일체를 환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금 1억원을 이자율 연 5%인 예금 상품에 넣어두면 10년 후 1억6289만원으로 불어난다. 이자가 복리로 붙기 때문이다. 즉시연금은 이런 점에 착안해 보험회사가 2000년대 중반부터 불티나게 판매한 상품이다. 예를 들어 만기 환급형(상속형) 즉시연금은 처음 가입 때 보험료 1억원을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매달 보험료를 굴려 얻은 이자를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만기 때 최초 납부 보험료 1억원을 고스란히 돌려준다. 가만둬도 최소 시중금리 수준으로 돈이 불어나는 만큼 그 증가분 일부를 가입자에게 연금처럼 지급하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회사의 중간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생명 즉시연금은 최초 보험료의 5~6%를 보험 설계사 수당·사망 보험금 산출에 필요한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떼고 나머지 금액을 운용하다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 전액을 돌려주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처음 낸 보험료가 1억원이라면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 등 600만원을 제외한 순보험료 9400만원을 굴리다가 만기에 원금 1억원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이처럼 순보험료 9400만원을 보험 만기 시점에 지급할 1억원으로 맞춰주려고 일정 금액의 ‘준비금’을 다달이 뗀 후 가입자에게 이자를 줬다.

그러나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작년 말 한 보험 가입자의 민원을 심의하며 “보험 약관에 이자 지급시 공제액이 있다고 명확하게 써놓지 않았으니 그동안 임의로 공제한 돈을 다 돌려주라”고 결론 내렸다. 삼성생명이 금감원에 제출한 미지급금 산출액, 즉 즉시연금 가입자로부터 공제한 금액 규모가 총 4300억원에 달했다.

삼성생명 “금감원 권고 못 받아들여”

반면 삼성생명은 370억원만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환급기로 했다. 지난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가입 설계서 상의 ‘최저 보증 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만큼만 미지급금을 환급하겠다”고 의결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금감원 권고를 거부한 셈이다.

즉시연금의 월 이자는 순보험료에 보험사 자산 운용 이익률과 시장 금리를 평균한 공시 이율을 적용해 산출한 금액에서 다시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제외해 정한다. 이때 시장 금리 하락으로 공시 이율이 많이 내리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이율을 보장하는 것이 최저 보증 이율이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가입 당시 최저 보증 이율을 적용해 “매달 최소 이 정도의 연금(이자)을 받을 수 있다”며 예상 금액을 제시했었다. 보험사가 제시한 최저 보증 이자율이 보험 가입 기간에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뽑은 금액이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최저 보증 이자율에 못 미치면서 공제액 규모가 확대된 탓에 예시액보다 실제 연금 지급액이 이를 밑도는 사례가 발생했다.

예컨대 사업비 등을 공제한 순보험료가 9400만원이고 10년 뒤의 보험 만기 때 가입자에게 1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자율이 연 5%일 때 순보험료 9400만원을 10년간 굴리면 보험료 적립액이 10년 후 1억5312만원으로 불어난다. 그러나 이자율이 연 2%로 고꾸라지면 적립액은 1억1459만원으로 쪼그라든다. 금리 하락으로 가입자에게 줄 수 있는 이자 재원이 5312만원에서 1459만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즉시연금은 공시 이율을 매달 새로 변경하면서 변경 시점의 이자율이 만기 때까지 계속 이어져도 가입자 원금 상환이 가능하도록 남은 가입 기간의 이자액을 산출한다. 이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때 많은 이자를 지급하다가 이후 금리가 곤두박질하면 가입 당시 보험사가 제시한 최저 보증 이율을 적용할 때 예시금액보다 적은 이자를 받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뒤늦게 더 많은 금액을 보험료 원금 상환 준비금으로 쌓아야 해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즉시연금은 상품 구조상 금리(공시 이율)가 5%에서 2.5%로 내리면 연금액이 그에 비례해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지 않고 그보다 많이 감소한다”며 “금리가 높았다가 낮아지면 처음에 적게 떼던 준비금을 많이 공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결국 공제액 전체가 아니라 단순 보험 가입 설계서에 있는 최저 보증 이율을 적용한 예시액보다 가입자의 실제 연금 지급액이 더 적었을 경우에만 그 차액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에이스즉시연금보험’ 가입 설계서에 제시된 연금 지급 예시액 (자료=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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