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수현·이인영이 관료를 못 이기는 이유

관행·무소신·조직 이기주의, 공고한 벽 때문
文 3년차 성과 내려면 공직사회 혁신 나서야
  • 등록 2019-05-28 오전 1:00:00

    수정 2019-05-28 오후 1:43:46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인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 회의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그동안 계속 그렇게 해왔습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당장 하기는 힘듭니다”

이데일리가 지난 4~5월 한 달 간 ‘공공기관 리포트’ 연속보도를 진행하면서 취재팀이 정부 부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해당 보도는 339개 전체 공공기관들이 고용 창출, 여성 인재 육성, 안전, 상생·협력, 재무관리 등 국정과제 이행이나 경영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모의 경영평가’ 기획 보도였다.

한 달 간 기획보도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이 관료들이 쌓아놓은 공고한 벽이었다. 관행을 이유로 개선할 수 있는데도 손 놓고 있는 사안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예산, 인력부족,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들도 언제나 검토 대상일 뿐이었다.

대표적인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정과제인데도 통계부터 주먹구구식 관리를 하고 있는 경우다. 일례로 공공기관 여성 임원 확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는 공공기관 여성 임원 평균비율이 목표치를 달성해왔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이다. 360개 공공기관·부속기관의 공시자료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 여성 임원(기관장·이사·감사)이 한 명도 없는 공공기관이 87곳(24%)에 달했다.

그럼에도 기재부·여가부는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보유하고 있는 전체 기관별 현황표(엑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 의무가 없을뿐더러 이를 공개하면 공공기관에서 항의 전화가 쏟아친다는 이유에서다.

둘째,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문제 발생 원인에 대해 명쾌한 답변 대신 두루뭉술한 회피성 변명이나 거짓 해명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 경우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작년 채용 규모(427명)는 2013~2018년 중 가장 적었다. 부채는 작년에만 1조2076억원이나 늘어났다. 공무원연금공단의 부채(연금충당부채 포함)는 2014년 559조7575억원에서 지난해 807조221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한수원의 부진에 대해 에너지전환 정책, 탈원전 영향을 인정하는 관료는 없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공무원연금공단의 부채를 보고도 17만4000명에 달하는 공무원 증원에 대한 우려를 외면하는 관료들이 많았다.

셋째, 이렇게 비판 기사를 써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도 알리오를 통해 기관별 여성 임원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없다. 공공기관별 부채 규모 등 재무 상황을 검색하면 시스템 에러가 나는 상황이다. 이는 기재부가 취재 과정에서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던 사안이다.

앞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당정청 회의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며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청와대·여당이 관료들이 쌓아놓은 벽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벽은 ‘그동안 해온 대로’라는 관행의 벽, 정권보다 관료가 오래간다는 엇나간 인식이 만든 벽, 국민보다 조직이 먼저인 조직 이기주의가 만든 벽이다. 이낙연 총리는 “소극행정은 국민께 손해를 드릴뿐만 아니라 공직자 본인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인사혁신처는 소극행정에는 페널티를, 적극행정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인사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무원들이 쌓은 공고한 벽이 이제는 허물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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