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맘 다이어리] 엄마와 아기가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 모유수유

  • 등록 2015-01-04 오전 6:00:00

    수정 2015-01-04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따르릉 따르릉”

두 번 벨이 울리고 끊어진다. 수유실로 오라는 신호다. 여기는 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은 말 그대로 아기를 낳고 우아하게 마사지 받으면서 조리하는 곳인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한 시간이 머다하고 아기는 젖을 찾고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이곳은 시시때때로 엄마를 불러댄다.

아기낳고 바람들면 안된대서 샤워는 4일째 못해 꼬질꼬질한 얼굴에 펑퍼짐한 조리원복, 수면양말까지 갖춰신고 수유실로 향한다. 수유실 문을 열자 신세계가 펼쳐진다. 처음 보는 여자들이 가슴을 다 내놓고 새끼 밥주기에만 초집중을 하고 있다. 부끄러워서 공중목욕탕도 안가던 아가씨들이다. 50cm 남짓한 애벌레같은 아기가 내 품에 와 젖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으윽..찢어지는 고통이다. 온 몸의 털이 죄다 곤두서는 것 같다. 안나오는 젖이라도 먹어보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빠는 이 아이를 보고있자니 어떡해서든 모유수유를 해보고 싶은데..간신히 수유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유두에서 피가 난다. 연고를 바르면서 마음이 또 바뀐다. “아..그냥 분유 먹일까”

모유수유는 아기를 낳자마자 맞닥뜨리는 과제다. 임신기간 중 모유수유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산모교실 등에서 수업을 잘 들어온 엄마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나처럼 아무생각 없이 애만 낳으면 끝일거라고 믿었던 엄마들에게 모유수유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온다.

‘모유 그까짓거 안나오면 분유 먹이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런데 태어난지 하루도 안돼 눈도 못뜨는 아기가 내 가슴을 향해 돌진해 젖을 빨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모성애가 샘솟았다. ‘젖먹던 힘’이 이렇게 셀줄 몰랐다. 결국 몇 번의 고비와 피나는 고통 끝에 나는 1년간의 모유수유 대장정을 마쳤다. 어떤이는 세계보건기구(WHO)권장기간이 2년이라며 더 해야한다지만 1년이라도 한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며 과감히 끊어버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모유수유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제 막 아기를 낳고 모유수유가 수월하게 안되는 엄마들은 하루종일 인터넷을 검색한다. 내가 그랬다. “언제 안아파지나요?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젖양이 부족한 것 같아요” 등등.

내가 감히 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딱 30일, 최대 50일만 고생하면 모유수유만큼 편한게 없다는 것이다. 유선이 많이 발달해 젖몸살에 자주 걸리는 엄마들은 좋은기관을 수소문해 아플 때마다 마사지 받기를 추천한다. 나중에는 스스로도 뭉친걸 푸는 경지에 도달한다. 유두 모양이 안좋은 엄마들은 처음에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으면 대부분 모유수유에 성공할 수 있다.

태어난지 보름된 송이라 쥬니어(왼쪽). 참새마냥 입을 벌리며 밥달라고 하는데 어찌 젖을 안줄 수 있으랴. 한방울씩 짜서 간신히 모은 초유를 꿀껄꿀꺽 먹는 아기를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덤으로 모유수유를 하면 실제 분유값도 적잖이 절약되고,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 걸리는 마법에서도 자유롭다. (요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는 애낳기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었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건 ‘엄마의 마음’이다. 주변에서 누가 뭐라 해도 엄마가 하고싶은대로 하는게 정답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모유수유에서 행복을 느끼면 최선을 다해 하면 되고, 아니면 안하면 그만이다. 그 누구도 강요할 자격도 비난할 자격도 없다.

16개월된 딸래미에게 가슴을 내보이면 언제 젖을 먹었냐는듯 신기하게 한 번 만져보고는 이내 웃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기가 먼저 옷을 들춰 젖을 찾았었는데..그 모습이 왜이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젖먹일 때가 제가 행복할 때라고 하는 어른들 말씀이 맞나보다. 엄마의 젖을 통해 아기가 살아갈 수 있는 시기, 일평생 엄마와 아기가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이 바로 모유수유 기간이었다. 비록 다 쪼그라든 내 가슴을 보고 있자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모유수유, 참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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