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과당경쟁?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 등록 2015-11-30 오전 4:30:01

    수정 2015-12-07 오전 4:31:02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시장에서의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경쟁은 시장가격을 낮추고 재화 또는 서비스 품질을 개선시키며 생존을 위한 기업의 깊은 고뇌를 통해 혁신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돼 경제 전체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금융산업을 얘기할 때 과당경쟁이란 용어가 심상치 않게 등장한다. 이 용어가 익숙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경제학적으로는 모호한 점이 있다. 경쟁이 불공정한 경우는 있지만 과도한 경우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업계가 과당경쟁으로 어려워지고 있으니 과당경쟁을 자제합시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가끔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경쟁자제는 어찌 보면 일종의 담합행위이며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금융회사는 변동비용보다 수수료 수입이 더 많은 한 금융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 논의가 쉽게 타결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금융회사 건전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과당경쟁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이는 정책당국이 간혹 사용하는 표현인데 이 역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문제나 이에 대한 해결책을 잘못 이해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는 자본을 더 쌓거나 위험자산을 줄이는 방법으로 금융회사 스스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금융회사 간 경쟁과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지나친 간섭일 수 있다. 정책당국의 금융회사에 대한 과도한 간섭 또는 보호가 지금껏 금융회사 경쟁력을 저하시켰으며 금융회사가 국민들에게 일종의 공기업으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부진한 것은 과당경쟁 때문이 아니라 이와 반대로 그동안 경쟁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각 금융회사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도록 그 동안 어떤 혁신을 해왔고 금융소비자와 기업을 위해 금융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별로 눈에 띠는 것이 없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정책 당국이 수수료에 대한 자율화를 선언한 이후에도 고객 이탈을 우려해 수수료를 선뜻 올리지 못하는 금융회사들의 현실은 금융서비스가 전혀 차별화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금융회사가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이루고 금융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한다. 관리자형 경영진이 아닌 기업가형 경영진을 중심으로 각 금융회사가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빈 공간인 중금리시장 및 모험자본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특히 기업의 미래 수익성 및 상환능력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기술금융 능력을 키워야 현재와 같이 차별성이 없어 수익성이 낮은 레드오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국내외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예의주시해 핀테크를 통한 금융서비스 차별화도 이뤄야 한다.

영국 금융당국은 자국 내 금융산업의 경쟁촉진을 주요 금융감독 원칙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채택해왔다. 우리 정책당국도 금융산업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경쟁촉진을 정책의 주된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을 통해 설정된 금리 또는 수수료에 대해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 금융회사의 원가를 파고드는 것은 금융시장의 중개기능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금리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지 못하면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신규 진입자를 허용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결국 모든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정책당국은 공급자간에 충분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만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정책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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