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8거래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전자우(005935)(우선주)를 각각 1조1575억원, 2658억원씩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팔아치우는 만큼, 주가도 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28일부터 8일까지 4.7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하락세(3.57%)보다 과도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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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억누른 가장 큰 우려는 공급 문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러시아를 오가는 해상 운송 노선이 끊기고 러시아향 수출이 중단됐다. 글로벌 해상 물류 차질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인 네온, 크립톤, 제논 등의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수가스 자체가 반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역 의존도가 높아 현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러시아의 ‘비우호국가’ 지정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전날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일본,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대만, 우크라이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의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생산 중으로, 현재 러시아 스마트폰·TV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 기아(000270)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는 연간 23만대의 차량을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내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기준 22.6%로 현지 완성차업체인 아브토바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40여 기업 중에서도 전차군단의 비중은 매우 크다.
이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해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은 최근 루블화가 빠르게 떨어지면 현지 제품가격 책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생산법인이 보유한 외화가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차손까지 감당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우호국가 지정으로 채무 상환도 루블화로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 경제 제재 이후 루블화의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지난달 24일 루블은 달러당 70~80루블 수준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55루블에 달한다.
하지만 단기간 가파르게 주가가 하락한 만큼,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튼튼한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슈도 점점 잦아들 것이란 기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돼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고, 원가 상승 부담에도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와 환율 상승으로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러시아 내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도 현재 현대차(005380)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상태”라면서 현재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