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여론 의식했나…국토부의 도넘은 '신규 택지 뻥튀기'

기존 지정 지역 포함시켜 논란
8·27대책서 '30곳 추가 지정' 발표
배포 자료엔 '기존 16곳, 신규 14곳'
집값 상승 원인으로 공급 부족 꼽혀
공급물량 많다는 것 강조 '꼼수'로 보여
  • 등록 2018-08-29 오전 4:00:00

    수정 2018-08-29 오전 8:18:48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14곳이냐, 30곳이냐.”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에서는 국토부가 이날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대책 가운데 수도권 신규 택지 추가 지정 개수를 놓고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새로 늘어난 곳은 14곳인데 국토부가 이전에 발표했던 목표치 중에서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해 30곳을 추가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공급 강박증’에 걸려 숫자 부풀리기를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대책의 주요 내용은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지역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국토부는 여기에 주택 공급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수요 억제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인 공급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규제책 발표하면서 공급 정책도 강조

내용은 간단했다.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30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규모의 30여개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이나 지난달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 방안’에서 밝힌 신규 공공택지 공급 계획 외에 추가로 30곳을 더 지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주거복지로드맵에서 40여개 공공택지지구를 신규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신혼부부 주거 지원 방안에서는 3~4곳을 추가한 43~44곳의 택지지구를 확보해 신혼희망타운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수도권에서만 30곳의 택지가 개발된다니, 그야말로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통 큰 정책’으로 읽혔다.

그러나 이날 이어진 브리핑에서의 설명은 달랐다. 수도권에서 공급하겠다고 한 신혼부부 희망타운 신규 택지 30곳 중에서 14곳은 이미 지역을 지정해 발표했고, 남은 16곳과 이번에 14곳을 추가해 2022년까지 30곳의 공공택지지구를 개발하겠다는 얘기였다. 결국 30곳 중 16곳은 이미 이전에 발표한 목표치고 14곳만 순증된 것이다.

국토부는 브리핑 직후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 계획 자료를 별도로 배포해 신혼부부 주거 지원 방안 발표 내용에 비해 증가한 신규 택지지구는 14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혼란이 이어지자 추가 자료를 통해 “2022년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30곳 이상의 공공택지를 추가 확보해 30만호 이상의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나갈 계획”이라는 설명과 함께 신규 공공택지 합계 44곳, 기확정 14곳, 22년까지 추가 확보할 택지 30곳이라는 숫자가 담긴 간단한 표를 배포했다. 이전 자료에서는 그나마 증가량(14곳)을 표기했지만, 이번 자료에서는 추가로 지역을 확정할 택지 수만 표시해 오해만 더 불렀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지정 완료된 공공택지는 14곳이고 2022년까지 추가로 확보할 공공택지지구는 30곳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추가 자료를 배포했다”며 “신혼부부 지원 대책 발표 이후 이번에 추가된 곳은 14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공급 부족이 꼽혀온 만큼 앞으로 시장에 공급될 물량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국토부 속내였던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시장선 신규택지가 중요…착시현상 불러”

하지만 처음부터 기존에 발표한 목표치와 추가된 부분을 명확히 밝혔으면 혼란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부동산 투자자문 담당자는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발표한 숫자가 아니라 새로 추가되는 신규 택지가 얼마나 되는가가 중요하다”며 “이를 정확히 알리지 않으면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쪽에서는 이미 지역을 지정한 14곳 택지에서는 공급 물량이 6만2000호 수준인데 이번에 또 14곳을 추가하면서 제시한 공급 물량 24만2000호가 과연 실현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 택지지구가 신혼부부 희망타운에 한정됐다면 이번엔 규모가 큰 공공주택지구로 개발해 다양한 주택을 건설할 계획인 만큼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을 위한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토지보상, 지역주민 반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5년 내에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 강화 등으로 공급은 틀어막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억지로 수도권 공급 확대 내용을 끼워 넣은 느낌”이라며 “주택 공급 로드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공급 관련 정보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정책 신뢰도와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유현주 '내 실력 봤지?'
  • "폐 끼쳐 죄송"
  • 탕웨이, 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