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막힌 벤처성장]①잇단 규제에 '성장 골든타임' 놓친 스타트업

'카풀' 차차, 규제로 사업변경…창업자가 2년만에 대표 사임
정부 '규제개선' 강조하지만…카풀 규제 신설 법안 추진 '괴리감'
신산업 분야 규제개선 갈길 멀어…"정권 차원서 큰 결단 필요"
  • 등록 2018-11-25 오전 2:00:00

    수정 2018-11-26 오전 12:03:23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유 권오석 기자] 지난해 승차공유 플랫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차차크리에이션(이하 차차)을 설립한 김성준 대표는 최근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설립 2년여 만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 경영에서 직접 손을 뗀 셈이다. 카풀 서비스를 중심으로 했던 차차의 주력사업 모델도 변경하기로 했다. 창업 2년차 차차는 창업자의 대표직 사임부터 급작스런 사업 모델 변경까지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차차의 서비스 모델이 자가용을 수익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여객운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규제에 가로막힌 차차는 기존에 준비 중이던 3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유치에 실패했고 17명이었던 직원도 현재 2명으로 줄었다. 지난달부터는 서비스까지 중단한 상태. 김 대표는 “그간 정부와의 소통과 투자유치 실패 등으로 현 상황에 처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키로 했다”며 “국토부의 위법성 판단 내용을 바탕으로 사업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5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최근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벤처기업 현장에서의 체감은 떨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잡음이 큰 카풀 서비스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에 허용한 카풀 사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되는 등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 기조가 기업 현장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보이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벤처기업들이 ‘성장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업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차차를 비롯해 앞서 콜버스·풀러스 등의 카풀 업체들 역시 정부 규제와 기존 사업자 반발 등으로 인해 사업 모델을 전환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화두로 떠오르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불법으로 간주되는 셈이다. 택시업계와 갈등이 커지면서 정부가 규제를 푸는 데 난색을 표하는데다, 국회에서는 30만명 이상인 택시 운전사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출퇴근 시간에 가능했던 카풀 사업마저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을 추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벤처기업협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카풀을 포함한 공유경제서비스에 대한 신설 규제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최근 카풀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일부 이해 당사자들의 부정적 의견만을 토대로 국내에서 현재도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카풀서비스의 근거 조항마저 삭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벤처업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규제는 승차공유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기준이 없는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로 속앓이를 하는 업체들이 많다. 포항에서 자율주행 관련 차량주행보조 디바이스를 개발 중인 A사도 현행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제품 양산화에 차질을 겪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운전 중 DMB나 내비게이션 조작이 불법인데, A사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의 경우 ‘주행 중 조작’이 전제해야 한다. 오는 2020년을 기준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 개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A사는 사실상 관련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이에 A사는 운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율주행차에 한해 예외조항을 적용해 달라며 국토교통부에 규제 개선을 지난해부터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A사 관계자는 “법 규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현재 대부분의 자율주행차 관련 벤처기업들은 불법 사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단체 연합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정부에 제안한 160건의 정책과제(규제 포함) 중 완전 개선된 과제는 24건에 불과했다. 최근 정부가 의지를 보이는 규제 개선 흐름에 비춰보면 상당히 더딘 속도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지난달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지만, 규제 개선 속도와 강도를 지금보다 더 높이지 못한다면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벤처업계는 입을 모은다. 더욱이 최근 카풀서비스 대상 규제 신설 움직임을 보면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 현장에 쉽게 연착륙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재홍 벤처기업협회 벤처스타트업위원장(베이글랩스 대표)은 “전 세계적으로 규제 개혁이 시대적 흐름이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규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이제라도 각 정부 부처가 함께 달려들어 규제를 풀고 성공사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도 “규제 개선 이전에 ‘왜 이것을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리더들의 합의가 먼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규제 개혁과 같은 큰 현안은 일개 공무원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만큼 정권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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