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물가가 불러온 '비하인드 더 커브'…'비둘기' 총재의 사상 첫 빅스텝 주목

'빅스텝' 명확한 시그널 부족…한은도 '비하인드 커브' 논란
중립금리 2% 초반 전망…'정상화' 넘어 '긴축' 신호 관심
물가·경기 전망 불확실성 커…'기준금리 전망'도 흔들
국제유가 전망 380달러 vs 65달러로 크게 엇갈려
  • 등록 2022-07-13 오전 5:00:00

    수정 2022-07-13 오전 5:00: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성장론자’로 평가받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지 주목된다.

빅스텝 단행시 크게 두 가지 평가가 예상된다. 한은이 빅스텝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 시장의 기대에 뒤쳐져 움직이는 ‘비하인드 더 커브(Behind the curve)’ 논란이 생겨날 전망이다. 빅스텝 이후엔 기준금리가 2.25%로 올라서는데 시장에선 중립금리를 2% 초반으로 평가하는 만큼 한은이 ‘정상화’를 넘어선 ‘긴축’ 전환을 선언할지 주목된다.

예상보다 더 오른 ‘물가’…시그널 없는 ‘빅스텝’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 예상된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1명을 대상으로 올해 금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5월 퇴임한 임지원 금통위원 후임이 선임되지 않아 이번에도 총재, 부총재를 포함한 6명의 금통위원이 회의를 진행한다.

시장에선 ‘빅스텝’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작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달 빅스텝에 대해 명확한 시그널을 준 적은 없다. 이 총재는 6월 21일 물가안정 설명회 기자회견에서 7월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7월 금통위 이전까지 나오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금통위원들과 적절히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로 나온 물가지표는 한은 예상보다 더 큰 ‘물가 상승’으로 요약된다. 6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한 달새 0.6%포인트 올라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6.0%를 기록,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반면 한은의 금리 시그널은 ‘5~7월까지 5%대 물가상승률 기록시 연말 2.75% 금리 전망’에 머물러 있다. 이는 6월초 박종석 전 한은 부총재보가 언급한 내용이다. 당시 2.75%는 연말까지 남은 네 차례(7·8·10·11월) 금통위 회의에서 0.25%포인트 연속 인상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7~9월까지 6%대를 넘어 월별 7% 가능성도 전망됨에 따라 금리 전망치는 연말 3%까지 치솟았다. 즉, 7월 빅스텝 가능성을 포함한 전망 수준이다. 한은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데이터가 나왔지만 그 뒤 ‘빅스텝’을 포함한 금리 인상 시그널은 전무했다.

한은이 물가 전망에 확신이 크지 않다보니 명확한 금리 시그널을 줄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는 “6월에 유가가 또 다시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한은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겪었던 ‘비하인드 더 커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저물가에서 고물가 체제로 전환하는 높은 위험에 직면했을 때 ‘비하인드 더 커브’에 따른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으로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할 경우 시장에는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외환, 채권시장 모두 한은 빅스텝 가능성을 이미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립금리를 넘어선 ‘긴축’ 전환…‘물가’냐 ‘경기’냐 본격 게임

한은이 빅스텝을 할 경우 기준금리는 2.25%로 높아진다. 시장에선 중립금리를 2%초반대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8월 금리 인상 결정부터는 ‘금리 정상화’를 넘어선 ‘긴축’ 전환으로 평가된다. 빅스텝을 하더라도 물가상승세가 정점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긴축 전환은 경기침체 우려를 키울 전망이다.

앞으로의 한은 금리 결정은 ‘물가’냐, ‘경기’냐 둘 중의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하는 게임으로 전환된다고 볼 수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문제는 경기, 물가 전망 모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JP모건은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대응해 하루 50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380달러로 뛸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12월부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터라 제재 조치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 알 수 없어 연말까지도 물가가 정점을 찍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도 140달러를 전망했다. 반면 씨티는 경기침체에 브렌트유가 연말 65달러까지 떨어지고 내년말 45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경기침체 논란에 대해서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경기침체를 우려해 연준이 연말까지만 금리를 올리고 내년부턴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금융시장에 반영된 최종 정책금리도 4%를 넘었다가 3.5%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미국 6월 취업자 수가 37만2000명 증가, 시장 예상치(26만5000명)를 뛰어넘자 침체 우려가 완화되며 10년물 금리가 3%를 또 넘기도 했다. 이에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따라 올라갔다.

물가가 언제 정점을 찍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지표에 따라 금융시장 뿐 아니라 기준금리 전망에 있어서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침체 우려에 내년부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연속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엔 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예상되지만 ‘동결’과 ‘연속 빅스텝’에서 고민하라고 하면 후자 가능성이 높다. 물가는 단기간 내 안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고 경기는 긴축을 감내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최대한 긴축 강도를 조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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