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소잃고 외양간 안 고치는 나라

  • 등록 2014-04-25 오전 6:00:00

    수정 2014-04-25 오전 6:00:00

[남궁 덕 칼럼]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치는 나라

물이 차오른 세월호에서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처럼 잔인한 4월은 없다. 이런 나라에선 살 수 없다는 한탄과 자탄이 넘쳐난다. 진도 앞바다와 안산, 목포를 연결하는 TV 생중계를 보면서 시민들은 ‘절망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각종 이벤트는 물론 나들이와 운동 스케줄도 줄줄이 취소하는 마당이다.

왜 우리에겐 622m지하 갱도에서 69일만에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전 국민이 크게 낙담하고 실망하는 건 우리 시대의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상처투성이다. 불편한 진실이다. 사고의 원인을 만든 부실한 관리시스템도 문제지만 배가 전복된 이후의 초동대응부터가 우왕좌왕과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한 지인은 “북한에서 미사일이라도 날라 올라치면 한국사회는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다.

이번 참사는 각자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 하지 않아서 일어난 후진국형 인재(人災)다. 안전검사를 10분만에 전광석화로 해준 기관의 직원, 과적을 지시하거나 용인한 사람들,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은 선원,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과 선원들, “위도 경도가 뭐냐‘고 헛물을 켠 관제센터직원, 배가 완전하게 기울기 전에 선내 진입시도조차 하지않은 해향경찰관들. IT강국이면 뭐하나? 수백의 청춘들을 눈앞에서 손도 내밀어 보지 못하고 불귀의 객으로 보내는 나라다. 세계의 조롱거리다.

한국엔 그동안 대형사고가 많았다. 1993년 위도 서해 훼리호 참사(292명 사망), 1994년 성수대교 붕괴(32명 사망),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501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192명 사망)등등. 그때마다 고속성장시대의 ‘빨리빨리 문화’가 부실을 키웠다며, 이참에 안전문화를 다잡자고 다짐했다. ‘빨리빨리 문화’가 항상 죄인이었다. 사후대책도 판박이다. 공분을 빨아들일 희생양을 만들고, 메뉴얼과 규정을 보강하는 일도 매번 비슷한 궤적으로 진행된다. 사고가 나면 많은 규정을 양산한다. 문제는 규정이 없는 게 아니라 지키지 않는 일인데도 많이 만들어낸다. 그런데도 사고는 이어지고.

연이은 대형참사의 배경엔 과정을 무시한 결과지상주의와 ‘네탓문화’가 있다. 효율과 안전을 함께 높일 방안은 없다. 안전이란 잠금장치를 곳곳에 설치하면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네탓문화’는 사건의 실체를 왜곡해 개선을 외면하게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료들을 질타할 게 아니라 ‘내탓이다’고 머리를 숙였으면 좋겠다. 지금 기세라면 ‘해수부 마피아’를 손볼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로 더 크고 강해진 공무원조직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잠깐이라도 살아본 한국인이라면 ‘선진국에선 먹는 것 같고 장난칠 수 없다’는걸 잘 안다. 법규를 위반하면 바로 ‘아웃’이다. 엄격하다. 안전에 관한 한 이런 기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단 한번이라도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실행하지 않으면 퇴출시키는 방식으로다. 선진국에선 교차로에 ‘STOP’사인 떨어지면 예외 없이 줄에 맞춰 그 자리에서 선다. 사람들 눈이 없는 주택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사건을 국가시스템을 선진국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절대 솜방망이 처벌은 곤란하다.일벌백계해야 한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나라엔 희망이 없다. 다시는 봄풀같은 아이들이 ‘잔인한 4월’ 에 갇혀선 안된다.<총괄부국장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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