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안보의 해법...'수소경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본격화...무한·청정·고효율 '수소경제' 가시화
수소 생산기술 발전·인프라 구축 등이 핵심..."정부 뒷받침 필수"
  • 등록 2014-07-16 오전 3:30:11

    수정 2014-07-16 오전 3:30:1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2030년의 7월 서울. 직장인 A씨는 새로 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타고 출근한다. 이 차는 매연(배기가스)과 소음이 없는데다 집 앞에도 수소충전소가 생겨 한결 편리해졌다. A씨는 집 전기도 가정용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다. 사용 후 남은 전기를 거래소에 판매하면 이달에도 짭짤한 수익이 기대돼 기분이 좋다.

라디오에서는 수소에너지 상용화로 몇년 새 화석연료 사용이 급감하면서 정부가 올해도 화력발전소들의 폐쇄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뉴스가 들려온다.

이른바 ‘수소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한 미래의 모습이다. 석유와 석탄 등 탄소경제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문제의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모두에게 공평한 수소 에너지는 갈수록 가열되는 각국의 에너지 확보경쟁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이긴 하지만 결코 실현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현대자동차(005380)가 세계 최초로 CO₂배출이 없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양산에 나서고 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수소시대는 우리앞에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수소에너지시스템 체계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제공.
무한·청정·고효율...“생산은 어려워”

원소번호 1번인 수소(H)는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모든 원자의 약 93%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풍력과 지열, 조력, 태양열 등 다른 대체에너지는 지형과 기후환경이 뒷받침되야 하지만 수소 에너지는 여기서 자유롭다.

특히 수소는 연소(산화)를 하면 ‘물’(H₂O)이 배출돼 환경에 폐해가 없다. 탄소(C)를 연소하면 지구온난화 주범인 ‘CO₂’가 나온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수소의 에너지는 1g당 26kcal로 대표적인 운송연료인 가솔린(10kcal/g)에 비해 2.6배 가량 많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수소혁명’에서 수소를 “민주적 에너지”라며 석유를 대체할 거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수소는 자연에서 그 자체로 있지 않고 항상 탄소 및 산소 등과의 화합물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화합물인 탄화수소나 물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사실상의 ‘생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생산기술의 발전이 수소경제 도래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현재는 천연가스 중의 메탄(CH₄)을 고온의 수증기로 산화시켜 수소를 얻는 방법(수증기개질)이 가장 상용화됐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일산화탄소(CO)도 만들기 때문에 수소생산의 본래 취지인 ‘탄소 프리’에는 어긋난다. [CH₄+H₂O → 3H₂+CO]

물을 분해하면 CO₂없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2H₂O → 2H₂+ O₂] 물에 전류를 흘려 수소와 산소를 얻는 전기분해(수전해방식)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원전으로 섭씨 950도 이상의 고온을 유지, 열화학적 방법으로 물을 분해하는 ‘원자력 수소생산’이 주목받는다.

운송수단·가정용 연료로 사용...친환경 제철에도 제격

수소의 주된 용도는 에너지원이다. 수소는 자동차와 선박, 무인 항공기, 우주 로켓 등 다양한 운송수단의 연료로 사용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서영 박사팀이 만든 ‘수소액화기’. KIST 제공
이와 관련,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발표한 액체수소의 국산화 성공은 수소연료전지의 경제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현재 수소연료자동차와 무인 항공기 등은 연료로 수소가스(기체)를 사용한다. 액체수소를 쓰면 부피가 절반 가량으로 줄고 저장밀도는 2배 늘어나 동일 공간에 더 많은 연료, 즉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대용량 전기가 필요한 가정용 냉난방 연료로도 사용가능하다. 울산시 울주군 LS니꼬동제련 사택 일원에 조성된 ‘울산수소타운’이 대표적이다. 세계최대의 수소타운인 이 곳은 총출력 195kW의 수소연료전지 150대를 갖추고 인근 공장에서 받는 수소로 각 가정에서 전기를 생산해 사용한다. 대형 발전소를 대체해 에너지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산업에도 수소가 쓰일 수 있다. 철광석 원석은 자연상태에서 철(Fe)과 산소(O)가 화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산소가 제거된 순수한 철을 얻기 위해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석탄의 일종)을 넣고 가열, 액체상태로 만들어 환원(산소 제거) 하는데 이 과정에서 CO₂가 발생한다. 보통 철 1톤 생산에 CO₂가 2톤 가까이 나온다.

이러한 ‘탄소환원’과 달리 친환경 ‘수소환원’ 제철법은 철 속의 산소를 떼내기 위해 수소를 투입한다. 산소는 수소와 반응해 물이 된다. CO₂는 없다. 포스코(005490)가 수소환원제철법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정부의 선도적 역할 필요”

일본은 최근 국가 에너지기본계획 개정안에 ‘수소사회 실현’을 명문화하고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조금 지원과 민관 기술협력 등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을 형성하는 게 주된 목표다. 이를 위해 수소연료전지차의 필수 인프라인 수소충전소를 지난해 23개에서 내년까지 100개로 늘리기로 했다. 가정용 연료전지도 지난해 6만5000개 수준에서 내년까지 17만개를 보급할 방침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가 적어도 1년 이상 빨랐지만 내년까지 계획된 수소충전소는 43개(현재 13개)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충전소에 대한 부지규제가 심해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일찌감치 지난 2005년을 ‘수소경제 원년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수소 생산량은 130만톤 가량으로 전세계 생산량(3800만톤)의 3.4%를 차지한다. 생산된 수소의 95%는 탈황과 석유정제 등 화공산업에 쓰이며 에너지로의 사용은 아직 미미하다.

김남규 한국수소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수소경제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파이(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정부가 선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등 관심을 많이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엠코리아가 대구시 북구에 세운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전해방식(물 전기분해) 수소충전소. 우리나라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필수 인프라인 수소충전소를 현재 13개에서 내년까지 43개로 늘릴 방침이지만 경쟁국인 일본의 계획(내년 100개)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엠코리아 제공
<용어 및 개념 설명>

* 1kcal = 물 1Kg의 온도를 섭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 4184J. 성인은 하루 평균 2000kcal 소비.

1J(일의 단위) = 1N(뉴턴)의 힘으로 물체를 1m 이동시켰을 때 필요 에너지 = 1V 전압·1A 전류가 1초간 흘렀을 때 에너지.

* 1kw = 1초에 1J의 일을 한 것 = 860.42 kcal

* 저장밀도 : 단위공간(부피)에 저장된 물질의 질량. 보통 기체→액체→ 고체로 갈수록 밀도가 증가한다.

* 산화(Oxidation) : 분자·원자·이온이 산소를 ‘얻거나’ 또는 수소 혹은 전자를 ‘잃는 것’.

환원(Reduction) : 산화의 반대로 분자·원자·이온이 산소를 ‘잃거나’ 또는 수소 혹은 전자를 ‘얻는 것’.

이온(ion) : 분자나 원자가 전자를 얻거나 잃어 특정 ‘전하’(양전하·음전하)를 띄는 것.

* 촉매 : 물질들 간의 반응에서 반응속도를 늦추거나 혹은 촉진하지만 자신은 변하지 않는 물질.

* 수소연료전지(HFC) : 수소를 연료료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발생시키는 장치. 부산물로 물이 배출되며 일반 화학전지와 달리 연료와 산소가 계속 공급되면 전기를 지속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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