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조현아 태울 회사차, 4시간 공회전한 이유

  • 등록 2014-12-14 오전 7:00:00

    수정 2014-12-14 오후 4:11:2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공회전만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네요.”

한 동료 기자가 취재진 앞의 검정색 그랜저 승용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난 12일 저녁 김포공항 인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앞. 대한항공 임직원과 취재진 80여명이 만든 동그란 포토라인 중심에 몇 시간째 시동만 걸어놓고 정차 중인 자동차 한 대가 있었다.

이날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서 ‘땅콩 리턴’ 사태 조사를 받은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귀가하면서 탈 차량이었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옆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태울 대한항공 회사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대한항공이 회사 돈으로 비용을 치르고 빌려서 회사 임원들이 쓰도록 내주는 차(08허9830)라고 했다. 차는 오후 6시 40분부터 건물 입구에서 시동을 걸고 대기했다. 대한항공 직원 10여명도 취재진과 함께 조사가 끝나길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당초 저녁 7시를 전후해 마친다는 것이 밤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돌고 눈발까지 날리는 강추위 속에 발만 동동 구르는 와중에도 차는 시동을 끄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이 언제 밖으로 나올지 모르니 차내 난방 장치를 꺼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취재진 앞에 나타난 것은 밤 10시 30분 무렵이었다. 불과 1m 옆에서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몇 마디 남긴 그는 도열한 대한항공 직원들을 뒤로 한 채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조사실에 들어서며 취재진 앞에서 대한항공 등기 이사를 비롯해 한진그룹의 모든 계열사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다. 대한항공 경영과 무관한, 회사 지분 1.08%를 보유한 주주의 한 명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대한항공 회사 소유의 차량이 4시간 동안이나 히터를 켜놓고 공회전하며 그를 기다린 ‘과잉 충성’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경영상의 이유’라며 다시 회사로 복귀하지 않겠냐”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앞에서 취재진과 대한항공 임직원 80여명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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