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株스토리]"안녕! 한진해운" 홀로서기 나선 유수홀딩스

경영난에 한진해운 분리하면서 독자 생존길 택해
싸이버로지텍 등 자회사 실적 호조로 체질 개선 순항
최은영 회장 한진해운 지분 매각으로 도덕성 논란도
  • 등록 2016-04-27 오전 7:01:00

    수정 2016-04-27 오전 7:01:00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선견지명일까 아니면 단순 꼬리 자르기였을까. 극심한 해운업 침체의 터널에서 이탈한 유수홀딩스(000700)가 체질 개선을 이뤄가면서 한가족이었던 한진해운(117930)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해운업 부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한진해운을 떼낸 회사는 독자의 길을 걸으면서 자회사 지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개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체결 직전에 보유지분을 처분하기도 했다. 도덕성이나 위법 여부 등의 논란도 있지만 주력사업이었던 해운업을 털어낸 회사 자체의 성장세는 주목을 받고 있다.

해운업으로 시작… 경영난에 독립 수순

한진해운홀딩스가 전신인 유수홀딩스의 과거에서 한진해운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최초 설립 시점은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운업 영위를 위해 정부가 세운 최초 국영기업인 대한해운공사가 모태다. 1980년 대한선주, 1988년 대한상선으로 명칭을 바꿨다가 같은해 한진해운을 흡수합병한 뒤 한진해운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변한 것은 2009년말이다. 해운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한진해운을 설립하고 한진해운홀딩스로 바뀌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을 기반으로 연결 기준 매출액 10조원 이상을 올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지속된 해운업 불황을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2010년 영업이익은 6800억원이 넘었지만 2013년 2100억원 손실로 전환했고 순이익은 같은 기간 4700억원 흑자에서 66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같은해 대한항공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다. 2007년부터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던 최은영 회장은 끝내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같은해 4월 한진해운은 해운지주·상표권관리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고 11월 자회사에서 탈퇴했다. 지분 정리를 마친 한진해운홀딩스는 유수홀딩스로 이름을 바꿈으로써 서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한진 색깔 벗어내고 체질개선 진행 중

한진해운이 자회사에서 나가면서 외형은 급속히 위축됐다. 2013년 10조8000원 수준이던 자산총계는 이듬해 41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액 역시 2014년 4800억원으로 전년대비 2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주회사로서 거둬들이던 상표권 등 수익이 없어지면서 별도 매출액은 2013년 385억원에서 2014년 148억원으로 급감했다.

마냥 손만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한진해운을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를 통해 본격 사업 확장에 들어갔다. 주력 자회사로는 싸이버로지텍, 유수로지스틱스(옛 에이치제이엘케이), 유수에스엠 등이 있다.

싸이버로지텍은 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체다. 해운사와 터미널 정보시스템 운영·유지보수 등 토탈 IT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전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솔루션 점유율은 각각 8%, 13%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17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높은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물류산업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 요소다. 2001년 한진해운 산하 3자물류(3PL) 회사로 설립한 유수로지스틱스는 한진해운과의 분리가 이뤄지던 2014년 3월 유수홀딩스가 인수했다. 3PL이란 화주에게 다양한 물류 수요를 충족시키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3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유수에스엠은 선박관리회사다. 지난해 기준 한진해운의 선박 68척을 비롯해 에이치라인해운(25척) 등을 관리하고 있다. 자체사업인 서울 여의도 소재 본사 건물 임대업도 매년 140억원 이상의 임대료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말 본사 옆 테라스원 완공으로 임대료 상승도 기대된다.

주목할 점은 시간이 갈수록 거래처 다변화를 통해 한진그룹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유수홀딩스 연결 매출액의 한진그룹 매출 비중은 2013년 38%에서 지난해 19%로 감소했다. 싸이버로지텍의 경우 한진해운 매출 비중을 같은 기간 68%에서 29%로 줄였음에도 외형 성장을 일구고 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유수로지스틱스의 매출 비중이 크긴 하지만 성장세가 극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아 싸이버로지텍이 당분간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수홀딩스 지배구조.(이미지=하이투자증권)


◇최 회장 지분 매각, 도덕성 논란 이어질듯


한진그룹으로부터 독자 생존의 길을 찾아가는 최 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은 어떤 의미일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자녀들은 이달 6~20일 18차례에 걸쳐 한진해운 보유 지분 0.39%(97만여주) 전량을 매각했다. 금액으로는 27억원 규모다. 회사 분할에 이은 최 회장의 지분 매각은 의미가 크다.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함으로써 한진해운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돼 경영상으로 완전한 분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점이 참 애매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25일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공동관리(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본격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자율협약 신청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최 회장의 미공개정보를 이용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개인의 주식 처분이 회사 경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도덕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진해운을 통한 매출이 상당 부분 발생하고 있는데다 친인척 관계로 얽힌 한진그룹과 관계 청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는 차원에서였다면 2014년 분할 당시 처분했어 야한다”며 “개인 모녀의 지분을 판 사안으로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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