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두 가지 임계점에서 시작했다. 하나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이란 임계점에서 대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마무리할 단계에서 북미가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결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수령체제 위기의 임계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우선노선으로 정책전환을 시도하기 위해 비핵화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경제가 다소 나아질 기미가 보였지만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압박’ 정책은 시장화 된 북한경제에 왜곡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체제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외부 공급이 차단되면 시장 세력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인민생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문제로 외부세계와 갈등하면서 시간을 끌면 제재와 압박으로 시장 세력과 결탁한 지배집단의 반발로 이어져 ‘내부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아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6년 간 외부 세계와 단절하고 오직 핵무력 완성에 집중했고 이제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력 완성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내세우고 외부 세계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대외관계를 풀려고 한다. 3대에 걸쳐 ‘고난의 행군’까지 하면서 어렵게 개발한 핵을 완성과 함께 내려놓겠다고 하니 ‘위장평화공세’로 보는 쪽도 있고,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는 쪽도 있다.
비핵화 하겠다는 주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본심이라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북미 적대관계를 풀기 위한 전략적 수단인지도 모른다. ‘전략국가’의 지위를 내세워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체제안전을 보장받는다면 핵무기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핵무기와 프로그램은 버리더라도 핵능력은 가지고 있으니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비핵화 결단의 배경일 수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릴 수 있도록 하려면 핵개발의 동기를 없애야 한다. 결국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외부세계와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군정치로 과대성장한 군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도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