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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를 지원하고 있는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 대표는 “법원은 권세나 지위를 가진 사람의 성적 갑질을 인정한 격”이라며 “피고인의 권세와 지위 영향력 아래 피해자가 저항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기본적인 상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무죄이유 첫번째…혐의 입증할 증거 부족.
이번 재판의 핵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는지와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는지였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진술만으론 안 전 지시가 위력을 동원해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 지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할 수 없다고 봤다. 즉 안 전 지사의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우리나라에선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다.
재판부 주심인 조병구 부장판사는 “피고인인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 김씨를 강제추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할 만한 증명에 이르지 못했다”며 “피고와 피해자의 위력관계는 인정하나 피고가 간음, 추행행위, 기습추행에 대해서도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지난해 8월 중순부터 말까지 김씨가 구체적인 일시나 안 전 지사의 추행 방법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며 안 전 지사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상하관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반복된 추행이면 기습추행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임영근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는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되지 않으면 유죄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재판을 진행하며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고 피고의 태도가 일관적인 점이 무죄를 선고하는 데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 사건 판결은 항소심에서 엇갈릴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죄이유 두번째 …“적극적 거부 없으면 성범죄 아냐”
법원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배경을 설명하면서 ‘No means No rule’(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 ‘Yes Means Yes rule’(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성관계로 나아가면 이를 강간으로 처벌)을 소개했다.
재판부는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 처벌체계 하에서는 피해자가 내심 의사를 가졌다는 사정만으로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며 “입법론적 문제이고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성문화와 성인식 변화가 수반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입장문에서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의사를 표시했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했다”며 “향후 항소심에서 충실히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