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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회장이 별세한 뒤 8일 만에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에 올랐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예상 못했다. 당시 한진그룹은 조 사장의 한진칼 회장 취임을 두고 “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동의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조 전 회장이 유언으로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권 승계는 잡음 없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삼남매의 갈등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발표로 드러났다.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자료를 내지 않아 동일인을 지정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동일인(총수)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로,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각각 동일인이다. 특히 한진그룹이 “조 전 회장 작고 후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했다”고 소명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을 시인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억이다. 암으로 투병하신 어머니는 임종 직전 내 손을 꽉 쥐고는 무슨 말인가 하려 했다. 하지만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어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을 감으셨다. 끝내 듣지 못한 마지막 한 마디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켠이 먹먹하고 아려온다. 조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온 힘을 다해 내뱉었을 마지막 한 마디. 너무 당연해서 흘려 들은 건가. 아니면 사이좋을 생각이 없었던 건가. 안타까워 얘기한다. 제발 “사이좋게 이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