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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휩쓸며 한국 영화사에 금자탑을 세웠다.
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미국의 영화 예매사이트 ‘판당고’(Fandango)에 따르면 북미 지역의 기생충 상영관 수가 2000곳으로 2배 이상 늘어나며 티켓 예매도 지난주 대비 443% 급증했다. 판당고 에디터 에릭 데이비스는 “이미 영화를 본 팬들도 봉준호 감독의 ‘걸작’을 꼼꼼히 뜯어보기 위해 재관람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오스카 특수에 기생충 탄생 비화, 촬영 뒷이야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래는 연극용 희곡.. 제목도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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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한 줄 한 줄 쓰다 보니 이미 저는 카메라의 위치를 생각하고 있어서 ‘역시 나는 영화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바로 영화 장르로 바꿨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영화에 부잣집 과외 경험담을 반영했다.
봉 감독은 대학 시절 부잣집 남자 중학생에게 수학 과외를 했다. 당시 여자친구가 그 학생에게 국어 과외를 했고 자신에게 과외 자리를 소개해준 것. 봉 감독은 “정원이 있는 고급 복층 빌라였다. 당시 그 학생이 자신의 집에 있는 개인 사우나를 보여줬을 때 큰 충격을 받으면서도, 매주 과외 하러 갈 때마다 친구들을 집에 침입시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극 중 최우식(기우 분)이 박사장(이선균 분)네 딸 다혜(정지소 분)에게 한 심쿵 애드리브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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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은 “시나리오에는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안나 왔다”며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넌 10점이야’, ‘넌 정말 예뻐’, ‘넌 존예야’ 같은 말을 쓴 것 같다”고 밝혔다.
‘사회 양극화’ 전 세계 공감 ‘美 대선 관통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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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현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한 거 같다.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드라마는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지만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 벌어졌지 좁혀지질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아주 한국적인 영화고 한국적인 디테일로 가득한 영화지만 동시에 전 세계 모두가 동일하게 처한 현시대에 대한, 아주 보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이야기했다는 게, 나 스스로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방송은 ‘기생충’에 대해 올해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와치독(Consumer Watchdog)’의 제이미 코트 대표는 CNBC에 “기생충의 주제는 실제로 미국 선거와 경제에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빈부) 격차는 있었지만 이렇게 깊지 않았고, 이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상위 1%가 보유한 자산은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부유세’를 대선 공약으로 띄웠다. 부유세는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비례적 혹은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부유세’에 대해서는 미국인 약 3명 중 2명이 동의하고 있다.
코트는 “트럼프 대통령도 부분적으로 기생충의 주제를 활용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면서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기생충의 주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한편 영화 ‘기생충’은 흑백판으로 오는 26일 재개봉하며 한국에서도 흥행 열풍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