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 조일 때 정부는 추경...정치 셈법에 경제 멍든다

  • 등록 2022-01-17 오전 5:00:00

    수정 2022-01-17 오전 5:00:00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0.25% 인상했다. 작년 8월과 11월에 이은 세 번 째 인상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2개월만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가계·기업·정부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게 분명하지만 물가 쇼크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고 범위도 넓다”며 “기준금리가 연 1.5%에 도달해도 긴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한은 발표 직후 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방침을 내놨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역량 확충이 명분이라지만 재정에 여유가 없다고 한 종전의 태도를 뒤엎은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지 단 하루만에 나온 대책이다. 인플레 위기 차단을 위해 한은이 돈줄 죄기에 나선 날 정부가 나라 곳간을 열어젖히겠다는 것이니 어떠한 이유로도 엇박자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추경은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 모드로 돌아선 것과 반대의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로 풀려난 돈이 물가를 부추기고 적자 국채 발행으로 더 늘어난 나랏빚은 국가부채비율을 끌어올려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중독에 가까운 추경 의존증이다. 이번까지 합치면 문재인 정부의 추경은 총 10차례다. 역대 정부 중 최다다. 총 추경액도 150조원에 육박하고 재원은 거의 빚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Fed)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와의 전쟁이 화급한 상황에서 통화·재정이 따로 노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우리 경제에 닥칠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설 전에 준비한다는 정부 발표와 대선 선거운동 시작(2월 15일)전 처리한다는 여당 스케줄에 비춰 볼 때 1월 추경은 재정을 선거 도구로 동원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정치적 득실로 재정을 주무르고 경제를 간섭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한 번 멍든 경제가 제 자리에 돌아올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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