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은 발표 직후 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방침을 내놨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역량 확충이 명분이라지만 재정에 여유가 없다고 한 종전의 태도를 뒤엎은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지 단 하루만에 나온 대책이다. 인플레 위기 차단을 위해 한은이 돈줄 죄기에 나선 날 정부가 나라 곳간을 열어젖히겠다는 것이니 어떠한 이유로도 엇박자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Fed)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와의 전쟁이 화급한 상황에서 통화·재정이 따로 노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우리 경제에 닥칠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설 전에 준비한다는 정부 발표와 대선 선거운동 시작(2월 15일)전 처리한다는 여당 스케줄에 비춰 볼 때 1월 추경은 재정을 선거 도구로 동원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정치적 득실로 재정을 주무르고 경제를 간섭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한 번 멍든 경제가 제 자리에 돌아올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