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세상을 바꾼다"..간편송금으로 카카오 제친 토스 이승건 사장

유니세프 기부금 계좌이체에서 얻은 아이디어
두드리면 열린다..응답하기 시작한 은행들
인터넷은행과 경쟁하는 은행의 무기가 될 것
  • 등록 2016-06-13 오전 1:20:43

    수정 2016-06-13 오전 6:14:1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해 국내 최초의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시작해 누적 송금액 6천 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그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한 치과 의사 출신이다.
“인류 사회를 진보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혁신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건 기업입니다. 그래서 창업에 나섰죠. 8번 실패하고 9번째 아이템이 ‘토스’입니다.”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35) 대표는 살아 있는 느낌을 가지려 창업했다고 한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국내 최고 병원에서 전공의로 일할 때 느꼈던 부모님의 행복한 모습을 뒤로 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선 건 2011년 4월. 3년 반 동안 실패했다. 처음 1년은 치과 의사 파트타임으로 일했고, 나머지는 모아 둔 1억 원을 다 쓰고도 직원 월급 때문에 수억 원의 빚을 졌다.

하지만 좌절하진 않았다. 이 사장은 “기업으로 이 사회를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강했다. 큰 돈이나 명예 같은 가치에 크게 감흥이 없다 보니 ‘이걸 어차피 계속할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유니세프 기부금 계좌이체에서 얻은 아이디어

이 사장은 어느 날 온라인으로 결제하다 1시간이 걸리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외국에서 등장하고 있는, 충격적일 만큼 편리한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경험하고, 국내에 이걸 가져오고 싶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2013년 8월. 그는 “강남역 지나가다가 유니세프 부스를 봤는데, 문득 내가 정기적으로 자동이체로 2만 원씩 돈을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자동이체를 송금에 접목하자는 생각을 하고 유레카!를 외쳤다. 늘 경험하고 있던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하니 답이 보였다. 기술적, 법률적, 서비스적 검토를 시작하고, 2013년 11월 홈페이지부터 먼저 열었다”고 했다.

토스는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보안카드나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서비스다. 토스에 이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잇따라 나왔다. 은행 ATM을 이용할 때보다 편하게 송금할 수 있어 인기다. 토스는 앱 다운로드 300만 건, 거래액은 6000억 원을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은 중학교 때 프로그래밍 강남구 1등 정도 할 정도로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지만, 토스가 기술장벽이 매우 높은 서비스는 아니다. 아무도 높은 은행권 제휴의 벽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때문에 뛰어들지 않았을 때 도전한 패기가 성공의 열쇠다.

그는 “사실 토스 전에 개발한 8개 아이템들이 더 사업적으로 나아 보이기도 했다”면서 “투표 서비스를 개발하고 카카오(035720)와 제휴까지 맺었는데(서비스명: 다보트 포 카카오) 카카오가 우리 서비스 런칭 전에 동일한 서비스를 내버렸다. SNS 서비스(서비스명: 울라불라)역시 페이스북에 태그 기능이 생기면서 망했다. 그 이후로 대기업이 쉽게 넘어볼 수 없는 서비스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두드리면 열린다…응답하기 시작한 은행들

토스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는 “하도 실패를 많이 하다 보니 실패 비용을 줄이려고 처음엔 완벽한 제품을 만들지 않고 시작했다”면서 “초기 서비스는 내가 직접 뒤에서 농협 인터넷뱅킹 계좌이체로 직접 돈을 보내줬다. 시장 초기 반응이 뜨거운 걸 확인하고서야 본격적으로 개발 착수했다”고 회상했다.

또 “핀테크에 대한 인식이 전무 했던 시절, 비금융회사가 금융서비스를 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다”며 “우리팀은 5명의 매우 작은 스타트업이어서 더 은행과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다. 은행은 특히나 기업신용평가, 재무제표로 대화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랬다”고 전했다.

토스가 급물살을 탄 것은 2015년 초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이후였다. 그전에도 핀테크라는 산업이 가져올 부가가치와 해외의 선진 사례 등을 설명하며 금융권의 인식 바꾸는데 노력했지만, 금융위에서 토스라는 서비스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받고 IBK기업은행, NH농협 등과 잇따라 제휴를 성사시킨 것이다.

토스는 16개 시중은행과 제휴했고, 간편송금뿐 아니라 결제나 해외송금, 신용평가 등도 추진하고 있다. KTB네트워크, 실리콘밸리 기반의 굿워터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 퀄컴 등으로부터 26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과 경쟁하는 은행의 무기가 될 것

이 사장은 “토스는 2030 밀레니엄 세대들이 많이 쓴다. 빌린 돈 다시 갚기나 N빵 같은 것이나 가상계좌 입금(온라인결제) 같은 것”이라면서 “(카카오 페이나 네이버 페이 등) 대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긴 하지만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자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에서 어떤 디테일을 꼭 챙겨야 하는지, 어떤 디테일은 없어도 괜찮은지 배우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비싼 학습인데, 카카오는 이제 그 학습을 시작하고 있고, 토스는 이미 많이 한 만큼 패배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다.

그는 “사실 토스의 이용량이 늘어날수록 은행에 수수를 내야 하기에 비즈니스 구조가 안된다”면서 “송금이라는 범용적인 기능을 정말 편하게 제공해서 유저를 먼저 모으는 게 목표이고, 그 후 결제 대출 신용평가 해외송금 환전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추가로 중개하면서 수익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은행이 인터넷은행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이승건 사장은 “은행이 인터넷은행보다 약한 지점이 모바일채널(비대면 채널)활용, 금융권 마인드 벗어난 새로운 아이템 개발 등인데 토스가 이런 부분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가 아니라 ‘기업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50년 후 비바리퍼블리카의 모습을 이렇게 전망했다.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높이는 것, 가장 간편하고 속이지 않고 끝내주는 금융 서비스를 쓰게 하는 것, 모든 금융을 캐주얼하게 만든다는 미션을 달성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비바리퍼블리카에는 40여 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를 포함해 3명은 초창기 멤버다. 초창기 때 일했던 5명 중 나머지 둘은 군 복무 중인데 제대 이후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경영 원칙 중 하나는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이런 철학은 신입 사원 면접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지, 공감이나 합리적인 논쟁이 가능한가 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내적 동기는 꼭 묻는다”고 했다.

이승건 사장은 얼마 전 출범한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팀이 토스를 준비할 때 겪었던 어려움을 안 겪고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고 규제나 정책 부분, 핀테크 홍보, 금융권과의 제휴 지원 등은 공동의 조직이 함께 풀어나가는 취지로 협회가 생겼다”면서 “은행연합회에서 아이디어 전달 차원에서 서류 형태로 전달이 온 것은 맞지만, 협회에서 핀테크 인증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초의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제공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금감원의 보안성 심의를 거치고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한 상황이다. 금융사와 IT회사의 모의해킹을 전문적으로 하는 타이거팀과 보안 MOU 맺고 모의해킹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가 시스템을 방어하거나 구글이 콘텐츠 보호할 때 쓰는 솔루션을 가져다 쓰고 있다.

혹시나 있을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50억 정도 보증보험도 설정했다. 그는 “‘선보상 후조사’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먼저 보상액을 지급하고 추후 조사를 통해 소비자 과실이라면 사후 청구를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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