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키운 게 죄인가요?"

"미국도 법인세 내린다는데…시대적 흐름 역행"
"100원 팔아 6원 남기던 기업들, 이젠 5원 정도"
"기업들, 이익 감소분 상쇄하려 결국 투자 줄여"
  • 등록 2017-07-24 오전 5:10:56

    수정 2017-07-24 오전 5:10:56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핀셋 증세라고 하지만 탄탄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부자와 대기업 과세를 몰아붙이는 것 같아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방식의 증세는 부자와 거대 기업을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를 불러올 뿐 아니라 ‘넒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거스르는 조치입니다.”

지난 주말까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정부가 과세표준 2000억원을 초과한 초(超)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혀를 끌끌 찼다.

그는 “나야 중소기업을 운영하니 해당사항이 없지만, 법인세 인상 대상자라면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릴 것”이라면서 “모르는 사람들은 ‘돈 많이 버는 기업들이 더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영업이익률 1% 오르내리는 것에도 민감한 기업 입장에서 세율 인상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른 기업인은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가진 미국도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다고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내리겠다고 했는데, 새 정부의 조세정책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돼야 국내에서 투자, 고용이 늘고, 중소기업들한테도 낙수효과가 있을 텐데…”라며, 답답해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법인세 세율이 3%포인트 인상되면 1%포인트 가량의 영업이익률이 추가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기업들은 이익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결국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는 고용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6.1% 수준이다. 100원짜리 상품을 팔아 6원 정도를 남겼던 기업들이 이젠 5원 정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세 표준이 2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116곳이다.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005380),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대거 포함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들 기업에게 법인세율 25%를 적용할 경우 법인세수는 2조9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자본의 국제 간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한 계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민주당 원안대로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 법인세룰 3%포인트 올릴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법인세수는 되레 5조2803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세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뿐 아니라, 국내 경기가 둔화되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세수 감소액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상향,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들이 대기업의 희생만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투자 여건 완화나 제도 개선 등이 병행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정책이 과연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을 키운 게 죄인가”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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