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까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정부가 과세표준 2000억원을 초과한 초(超)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이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혀를 끌끌 찼다.
그는 “나야 중소기업을 운영하니 해당사항이 없지만, 법인세 인상 대상자라면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릴 것”이라면서 “모르는 사람들은 ‘돈 많이 버는 기업들이 더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영업이익률 1% 오르내리는 것에도 민감한 기업 입장에서 세율 인상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법인세 세율이 3%포인트 인상되면 1%포인트 가량의 영업이익률이 추가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기업들은 이익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결국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는 고용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6.1% 수준이다. 100원짜리 상품을 팔아 6원 정도를 남겼던 기업들이 이젠 5원 정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세 표준이 2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116곳이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자동차(005380),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대거 포함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들 기업에게 법인세율 25%를 적용할 경우 법인세수는 2조9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상향,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들이 대기업의 희생만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투자 여건 완화나 제도 개선 등이 병행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정책이 과연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을 키운 게 죄인가”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