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 잘 맞는’ 손태승-이동빈…라이벌에서 동반자로

[우리은행장·수협은행장 ‘얽히고설킨 인연’]
우리銀 출범 후 함께 승진가도…이동건 前그룹장 퇴진에
작년 사내이사 경쟁 이후 변화…손태승, 우리은행장 승진
퇴사한 이동빈, 수협은행장 공모 도전…금융권 복귀 성공
수협·우리銀, 외환업무 협력…업계 “공조 영역 확대” 예상
  • 등록 2018-07-05 오전 4:00:00

    수정 2018-07-05 오후 7:41:14

손태승(오른쪽)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에서 ‘우리은행-Sh수협은행 간 외환업무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이동빈 수협은행장과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이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을 찾았다. 작년 10월 우리은행 자회사로 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체인 우리피앤에스(P&S) 대표이사를 끝으로 우리은행을 떠난 지 8개월 만이다. 이 행장으로선 우리은행 재직 시 18년 가까이 라이벌 관계였던 손 행장을 공식 업무협약 자리에서 재회한 셈이다.

지난해 수협은행장 공모를 통해 수협은행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된 이 행장이 우리은행을 찾은 이유는 양 행간 외환업무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수협은행이 국내 은행과 외환업무 협약을 맺은 건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채택해 점포의 수익다각화를 꾀하려는 이 행장이 우리은행에 직접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실제 우리은행과 수협은행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상호 영업채널을 활용해 양행 고객 간 외화자금 이체를 본격화하고 해외 네트워크 상호협력 및 무역금융 활성화에 공조할 계획이다. 손 행장은 수익성에 득이 된다는 점에서 이 행장의 제안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이다.

라이벌임에도 서로 업무능력 인정하고 존중

금융권에서는 ‘글로벌통’ 손 행장과 ‘여신전문가’ 이 행장이 단순히 외환협약을 체결한 일에 그치지 않고 상호보완적인 파트너십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사실상 라이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업무능력을 인정하는 존중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 행장과 이 행장이 우리은행의 글로벌과 여신 담당 임원으로 각각 근무하면서 부서 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자연히 친분이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 행장과 이 행장이 우리은행의 체질을 바꾼 공로가 없었다면 민영화 성공을 장담키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 행장 ‘글로벌통’…이 행장 ‘여신전문가’

연배를 따지면 이 행장(58)이 손 행장(59)보다 한 살 아래지만 입행 시기는 이 행장이 4년 빠르다. 손 행장은 1987년 한일은행에, 이 행장은 1983년 한국상업은행에서 첫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당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에서는 2014년 3월 함께 상무로 올라섰으며 임원 승진 9개월 만인 그해 12월 집행부행장 승진도 같이 했다.

우리은행 내에서는 손 행장과 이 행장의 경쟁 관계가 우리은행의 최대 숙원과제였던 민영화를 이루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은행권 해외진출이 주요 이슈로 부상한 최근 3년 동안 선두에서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한 손태승 행장은 우리은행의 미래가치를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손 행장이 글로벌그룹장으로 선임된 2014년말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73개에 불과했지만 2년이 채 안돼 234개로 3배 이상 늘렸다. 해외점포 당기순이익 역시 2015년 9월 952억6000만원에서 2016년 9월 1조282억원으로 1년 새 약 34.6% 급성장하기도 했다. 은행장 취임 후에도 글로벌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우리은행은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은 410곳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동빈 행장은 그동안 우리은행 민영화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온 자산건전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 행장은 2014년 말 2.12%에 달하던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NPL·전체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중)을 2016년 9월 1.07%까지 낮췄다. 여신지원본부 부행장을 담당한 지 1년 9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것이다. 덕분에 같은기간 2조9918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은 2조1494억원으로 줄었고 NPL커버리지비율(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비중)은 98.9%에서 159.8%로 대폭 상승했다.

“우리銀 민영화 이끈 주역들 손잡아 기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12월 우리은행이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이행약정(MOU)을 졸업할 때 손 행장과 이 행장 모두 민영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사내이사 등기임원)의 후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전 행장이 사내이사 자리를 기존 4명에서 2명(은행장, 감사)으로 줄이는 동시에 부문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손 행장은 부문장으로 내부 승진한 반면 이 행장은 우리피앤에스 대표로 이동하면서 은행을 떠나게 됐다. 이후 이 행장은 수협은행장 공모 경쟁에서 승리하며 금융권에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손 행장 역시 능력을 호평받아 민영화 후 두번째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우리금융지주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우리은행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손 행장과 이 행장은 각자 글로벌과 기업여신 부문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좋은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며 “16년 만의 우리은행 민영화에 공헌한 주역들이 손잡은 만큼 앞으로 양 은행의 발전에 이 행장과 손 행장의 케미가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전략이란…

거점 점포와 인근 점포를 한데 묶는 새로운 영업시스템을 말한다. 모든 은행 업무가 가능한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주위에 마치 바퀴살처럼 최소한의 창구업무 또는 셀프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변 점포를 두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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